은행들이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만든 신탁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이 상품의 판매잔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은행들이 수수료 챙기기에 혈안이 돼 고객에게 제대로 손실위험을 고지하지 않은 채 ETF 신탁상품을 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TF 상품판매 열 올리더니… 수수료 두 배 챙기는 은행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작년 말까지 10조2000억원어치(잔액 기준)의 ETF 신탁상품을 팔았다. 전년 같은 기간(4조6000억원)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은행들은 증권사처럼 ETF를 직접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신탁상품으로 만들어 팔고 있다. 국민은행이 은행권 ETF 판매경쟁을 주도하는 가운데 신한, 우리, KEB하나 등 다른 대형 은행들도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은행들이 ETF 판매에 적극적인 이유는 수수료 수입(신탁보수)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증권사를 통해 ETF에 투자하면 온라인으로는 투자금의 최소 0.014%, 지점에서는 0.5%를 위탁매매 수수료로 낸다.

하지만 은행에서 신탁상품에 투자하면 약 1%의 수수료가 붙는다. 증권사보다 온라인으로 투자할 때보다 70배 많다. 은행들이 판매 중인 상품의 대다수는 5~7%의 목표수익률을 정해놓고, 조건을 만족하면 자동으로 환매가 이뤄진다. 환매가 발생하면 은행 직원들이 재투자를 권하면서 다시 1%의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증권사들은 은행의 ETF 판매방식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은행들이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고객을 손실 위험에 몰아넣으면서 과도한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최근 거래하는 은행 직원이 ETF 신탁상품을 연 5~7%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소개하면서 투자를 권하길래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위안화 급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녹인(기초자산의 손실구간 진입) 사태가 벌어진 2015년에도 ELS 판매경쟁에 나섰다가 투자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철저한 분석을 통해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ETF만 팔고 있다”며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자동 환매해주는 건 보수적 투자를 선호하는 은행 고객의 특성을 반영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