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지난 26일 펄프 및 제지사업을 하는 차이나하오란을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 예고하고 29일부터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차이나하오란의 자회사인 ‘장인신하오폐지’가 지난해 10월11일 17개 폐지회수센터 중 16개의 업무가 정지된 것을 늑장 공시한 것이 문제가 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적격 실질심사 여부 결정에 앞서 주주 보호를 위해 매매 거래를 중지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증시에서 중국계 기업에 대한 불신인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불투명한 회계와 주요 경영사안의 늑장 공시 등이 계속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다만 중국계 기업 중에서도 저평가된 곳이 있는 만큼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계 기업 두 달간 평균 5.25% 하락

'차이나 포비아'로 몸살 앓는 증시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14개 중국계 기업의 주가는 작년 12월 이후 평균 5.25%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타일제조업체인 완리는 37.04%로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 감사보고서를 받아 8개월간 매매가 정지됐다. 재감사를 받은 뒤 작년 12월 가까스로 매매가 재개됐지만 최대주주의 지분 매도 등으로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완리의 최대주주 겸 대표인 우뤠이비아오는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이 회사 주식 2111만 주(지분율 19.61%)를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이외 건강식품 기업인 씨케이에이치(-15.27%)와 화장품 업체인 오가닉코스메틱(-11.29%) 등도 낙폭이 컸다.

강세장에서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자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차이나하오란의 경우 늑장 공시로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불거지자 투자자들은 주주모임을 만들어 임시 주주총회 개최 등 공동 대응에 나설 조짐이다. 차이나하오란 주주 중 개인 소액주주는 작년 3분기 기준 7037명으로 보유 지분은 47%에 달한다.

◆옥석 가리기 나서야

'차이나 포비아'로 몸살 앓는 증시
중국 화풍방직이 2007년 국내 증시에 입성한 뒤 23개 중국 기업이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이 중 9개 기업이 결국 상장폐지됐다. 회계 부정으로 인한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이 주요 상장폐지 사유로 꼽힌다. 2011년 상장한 중국 섬유업체 고섬과 지난해 상장폐지된 중국원양자원도 부정회계가 문제됐다.

거래소는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는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 국가세무총국이 발급하는 부가가치세 영수증을 확인하고 있다. 심사가 철저해지자 중국 기업의 국내 상장은 위축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과 기업공개(IPO) 주관계약을 맺고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던 윙입푸드는 작년 11월 예비심사를 철회했다.

전문가들은 문제 소지가 있는 중국계 기업을 철저히 가려내 시장에서 배제해야 우량 기업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저평가 속에서도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는 업체까지 도매금으로 매도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트랙터휠·타이어 등을 생산하는 골든센츄리는 올 들어 중국 농기계 업체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공급계약 금액이 800억원을 넘겼다. 작년 12월 이후 주가가 26.84% 상승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미드스몰캡팀장은 “국내 중국계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7배 정도로 동종 코스닥기업(약 10배)보다 절반 정도 저평가돼 있다”며 “점검해 문제가 생기면 과감히 퇴출시켜야 투자자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