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오른쪽)이 제4대 금융투자협회 회장에 당선된 뒤 황영기 현 협회장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오른쪽)이 제4대 금융투자협회 회장에 당선된 뒤 황영기 현 협회장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57)이 제4대 금융투자협회 회장에 당선됐다. 권 당선자는 “금융투자산업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실행력이 강한 협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협회는 25일 서울 여의도 협회 사옥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241개 회원사 대표를 대상으로 신임 회장 선거를 치러 68.1%의 표를 얻은 권 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확정했다. 이날 함께 경쟁한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과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은 각각 24.1%와 7.7%의 득표율로 고배를 마셨다.

권 당선자는 이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정리한 100대 과제 가운데 자본시장에 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정부가 금융투자업을 주요 산업으로 인정해주고 성장을 이끌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해 진입규제 완화와 사전규제 완화 등을 얘기하고 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규제 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신발이 닳도록 움직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형 증권사가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도록 레버리지 규제를 완화하고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조속히 내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중소형 증권사는 정부 지원금 등을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자산운용업권에 대해서는 “시행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반드시 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 당선자가 큰 폭의 표 차로 회장에 선출된 것은 회원사들이 젊고 추진력 있는 후보를 선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 당선자는 1961년생으로 3명의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50대다. 그는 2000년 설립된 온라인 증권사 키움증권을 자기자본 기준으로 증권업계 11위까지 키워낸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2009년 키움증권 사장을 맡아 개인투자자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분야 ‘부동의 1위’를 지켜내며 사세를 크게 키웠다. 키움인베스트먼트 사장(2007년)을 거쳐 9년째 키움증권 사장을 했다.

산업자원부에서 과장까지 지내면서 관료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표심을 모으는 데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규제가 많은 금융산업의 특성상 금투협 회장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를 상대로 업무를 조율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권 당선자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기술고시(21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런 장점 때문에 권 당선자는 자산운용업권을 위한 공약이 약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과반을 훨씬 웃도는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투표권을 갖고 있는 자산운용사는 169개로 전체 회원사의 70%가 넘는다. 다른 후보들이 자산운용업협회 분리 등의 공약을 내놨지만 권 당선자는 “협회 운영이 (증권업 등) 특정 업권에 유리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은행 등 다른 금융업권과 싸우려면 금융투자업계가 함께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영기 현 회장의 후임인 권 당선자는 다음달 5일 취임하며 임기는 3년이다. 이르면 26일 키움증권 사장직에서 물러날 계획이다.

■ 권용원 당선자는

△1961년 서울 출생
△광성고·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산업자원부 과장(기술고시 21회)
△다우기술 부사장
△인큐브테크 대표·다우엑실리콘 대표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키움증권 사장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