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와의 속도 경쟁서 뒤처진 글로벌 자동차주
한·미·일 증시 상승률 못 미쳐
올해 실적 전망 나쁘지 않지만 미래차 경쟁서 주도권 놓쳐
"벤츠가 IT기업 하청업체 될수도"
2016년 판매대수 기준 세계 1~5위 자동차그룹 소속 주요 기업 중 작년 4분기 이후 주가 상승률이 각국 대표지수 상승률을 넘어선 곳은 독일 폭스바겐과 르노·닛산얼라이언스 산하 프랑스 르노 등 단 두 곳뿐이다. 폭스바겐은 작년 4분기 이후 지난 18일까지 30.40% 뛰어 같은 기간 독일 DAX지수 상승률(3.52%)을 크게 앞질렀다. 르노는 7.33% 올라 프랑스 CAC40(3.09%)보다 상승폭이 컸다.
일본 도요타(14.72%)와 닛산(2.70%), 미국 제너럴모터스(8.61%), 한국 현대자동차(2.99%)와 기아차(3.31%)는 모두 각국 대표지수의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 기간 일본의 닛케이225는 16.73%, 미국 다우존스는 16.12%, 한국 코스피는 5.06% 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상승률 1위 폭스바겐은 2015년 발생한 연비조작 사건에 따른 기저효과로 지난해 영업이익(201억달러)이 전년(78억달러)보다 2.5배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과 같은 상승 속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낮아지는 밸류에이션
상당수 자동차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지속적으로 하락 궤적을 그리고 있다. 2016년 말 13.35배였던 폭스바겐의 실적 또는 실적 전망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2017년 말 7.86배, 2018년(지난 18일 기준) 7.09배로 낮아지는 추세다. 작년 말 각각 9.82배와 10.02배였던 현대차, 기아차도 올 들어 7.82배와 6.15배로 하락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이 1배를 넘어서는 곳은 도요타(1.03배)가 유일하다. 폭스바겐(0.93배) 르노(0.76배) 현대차(0.62배) 기아차(0.49배)는 모두 1배 미만에 머물고 있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건 기업 가치가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할 때 가치보다 낮을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19일 한국 증시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4.52%, 4.13% 오르는 등 강하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직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 전환했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모드 전환 가능할까
주요 완성차 기업들의 올해 실적 전망은 나쁘지 않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글로벌 빅5 자동차 그룹 계열사들은 올 한 해 영업이익이 평균 8.5% 증가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자동차주가 저속 주행하는 현상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경쟁에서 인텔 엔비디아 등 IT 기업에 밀려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은 전 세계 최고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가 자율주행차 솔루션을 제공하는 IT 기업의 하청업체 중 하나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주 밸류에이션의 저평가 현상이 고착된 것을 놓고 일각에선 반등 가능성을 점치지만, 시장에서 평가하는 합당한 가격 수준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의 자율주행차용 카메라·센서 기업 이스라엘 모빌아이는 작년 말 기준 PER이 125.91배에 달했다. 미래차 분야의 혁신기업에 높은 밸류에이션이 적용된 대표적 사례라는 분석이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본부장은 “주가를 볼 때 재무적 요인도 잘 살펴야 하지만, 해당 기업이 얼마나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도 중요하다”며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투자자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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