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하순부터 거침없이 오르던 바이오주가 17일 코스닥시장에서 크게 출렁거렸다. 일본 노무라금융투자가 코스닥 시가총액 1, 2위 종목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과대평가됐다며 ‘비중 축소’ 의견을 낸 게 찬물을 끼얹었다.
코스닥, 바이오서 IT·게임주로 순환매 오나
◆노무라 보고서 충격

이날 코스닥지수는 14.65포인트(1.63%) 내린 886.58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201억원과 1459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장 직후 910선을 넘기며 상승 출발한 코스닥지수는 오전 10시30분께 하락 반전했다.

이날 코스닥 하락은 노무라금융투자가 보고서를 내면서 시작됐다. 노무라금융투자는 셀트리온이 고평가돼 있다고 지적하며 목표주가를 23만원으로 낮췄다. 투자의견도 비중 축소를 제시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기존 목표주가 대비 20~30% 낮은 금액이다. 현재 주가(17일 종가 13만500원)보다도 낮다. 노무라투자증권은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시장의 성장성이 크고,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한국 기업 경쟁력이 강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셀트리온의 현 주가는 개발 중인 신약이 모두 성공하는 것을 반영한 수준으로 비싼 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의 충격으로 셀트리온은 이날 3만3900원(9.76%) 내린 31만3500원에 장을 마쳤다. 셀트리온헬스케어(-13.97%), 셀트리온제약(-10.11%) 등 ‘셀트리온 3형제’가 일제히 하락했다. 전날 67조1750억원이던 셀트리온 3형제의 시가총액은 이날 59조7292억원으로 줄었다. 하루 동안 시총 7조4458억원이 증발했다.

다른 바이오주들도 악영향을 받았다. 티슈진(-3.28%) 차바이오텍(-1.98%) 제넥신(-5.69%) 등 상당수 바이오주가 하락 마감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바이오주 고평가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나온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가 조정의 촉매제로 작용했다”며 “실적 중심의 투자가 필요한 때”라고 진단했다.

◆비(非)바이오주로 순환매 시작되나

“셀트리온 3형제의 하락을 기점으로 바이오주 고평가 논란이 심화하면 시장의 투자 수요가 정보기술(IT), 엔터테인먼트, 게임주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바이오주 동반 하락에도 IT, 엔터테인먼트주 등이 상승하며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스튜디오드래곤(3.19%), 펄어비스(0.84%), 컴투스(1.56%) 등 콘텐츠·게임주와 포스코켐텍(3.15%), 에스에프에이(4.24%) 등 IT주가 강세를 보였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시장 내 바이오주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며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돼온 IT, 미디어 콘텐츠, 게임주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바이오주 조정이 길어지면 코스닥지수 상승폭이 작아지면서 개별 종목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셀트리온 등 바이오주가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기 때문이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본부장은 “셀트리온 등 바이오주 조정이 길어지면 코스닥지수가 상승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지수보다는 개별 종목이 오르는 장세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