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 시가총액(상장 후 1000억원 이상 예상)이나 자기자본(250억원), 세전이익(50억원) 중 한 가지 요건만 충족해도 코스닥 상장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미국 나스닥처럼 상장 진입 요건을 수익성 중심에서 성장성 중심으로 바꿔 혁신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거래소가 상장 미승인이나 상장폐지 결정을 내릴 때는 외부 인사로 꾸려진 코스닥위원회 승인을 받도록 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상반기에 상장규정 정관 등을 바꿔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시총 1000억·자기자본 250억·세전이익 50억… 하나만 충족해도 코스닥 상장 가능
상장 문턱 낮추고 퇴출 확대

이번 상장 요건 개편의 핵심은 형식적 심사 기준을 크게 낮춘 데 있다. 지금은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려면 ‘계속사업이익이 나고, 자본잠식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기본이고 시총, 매출, 자기자본 등 다양한 추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금융위는 계속사업이익과 자본잠식 관련 조건을 없애고 추가 요건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나스닥과 마찬가지로 시총과 자기자본, 세전이익 중 한 가지만 충족해도 상장 청구를 할 수 있다. 상장 후 시총(공모가 기준)이 1000억원 이상으로 시장에서 평가된다면 어떤 기업이라도 IPO 자격이 주어진다.

상장 요건 개편이 마무리되면 코스닥 IPO 청구 가능 기업은 현재 4454개사에서 7264개사로 62%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형식적인 상장 요건을 낮춰 성장성만으로 IPO 자격을 심사하겠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 문턱을 낮추는 대신 부실기업 퇴출을 확대하기 위해 실질심사 대상을 늘리기로 했다. 감사의견이 ‘비적정’에서 ‘적정’으로 변경됐거나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과 관련해 2회 연속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도 실질심사를 거치게 된다.

코스닥위원회·본부 5년 만에 다시 분리

코스닥시장위원회와 코스닥시장본부를 다시 분리해 시장 운용 효율도 높이기로 했다. 코스닥본부는 경영과 시장 운용에 집중하고 코스닥위원회는 민간에 맡겨 상장심사와 폐지에 대한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외부에서 선임할 예정인 코스닥위원장과 코스닥위원회에 대폭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코스닥위원회는 규정 제·개정, 예산 및 사업계획뿐 아니라 상장 및 상장폐지도 심의·의결하게 된다. 코스닥본부가 상장 승인(상장 심사) 및 상장 유지(퇴출 심사) 결정 안건은 위원회에 사후 보고하지만 상장 미승인 및 퇴출 결정 등은 위원회에서 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코스닥본부장을 제외하고 벤처캐피털 관계자 등 외부인사 9명으로 구성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비상근인 코스닥위원장의 권한은 커지지만 거래소 등기임원이 아니다”며 “잘못 운영될 경우 5년 전처럼 조직 내부에 혼선이 재발할 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