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최웅필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장,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본부장…. 저평가된 우량주에 투자한 뒤 주가가 충분히 올랐다고 판단하면 차익을 실현해 수익을 올리는 한국의 ‘간판’ 가치주 펀드매니저들이다.
'성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 담는 가치주펀드들
이들이 작년 하반기 자신들이 운용하는 펀드에 코스닥시장의 대표 성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대거 편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주식을 뜻하는 성장주는 현재 창출하는 이익이 적어 가치주 펀드매니저들의 투자 철학과는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게 자산운용 업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이들의 셀트리온헬스케어 투자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

◆비싼 주식도 사들여

10일 펀드정보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작년 11월1일 기준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담고 있는 유명 가치주 펀드들은 ‘메리츠코리아(편입비율 2.37%)’ ‘한국밸류10년투자장기주택마련(1.93%)’ ‘삼성중소형FOCUS(0.64%)’ ‘KB밸류포커스(0.26%)’ 등이다. 이 중 코스닥시장 대장주인 셀트리온에 투자한 펀드는 없었다. 작년 11월 초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보유했던 펀드 중 상당수는 지금까지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성장주 펀드들의 ‘러브콜’을 받는 대표적 종목이다. ‘키움작은거인’은 펀드 자금의 5.20%를 투자했다.

자산운용업계는 가치주 펀드들이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 52.34배,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 9.28배인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투자한 데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조사 시점인 두 달 전에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12개월 선행 PER은 25.76배로 높은 수준이었다. 당시 코스닥시장 평균치는 15.31배였다.

가치주 펀드들은 보통 유가증권시장 평균 PER(9.0배)과 PBR(1.0배)을 기준으로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한 뒤 주가가 오르면 파는 전략을 편다. KB밸류포커스 펀드가 담은 종목들의 평균 PER은 13배 수준이다.

◆“시총 1위 프리미엄 누릴 것”

간판 가치주 펀드매니저들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담은 건 이 종목에 대한 수요가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이 다음달 초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기면 코스닥 대장주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액티브운용팀장은 “코스닥150지수를 기초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이나 연기금이 셀트리온헬스케어 투자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며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 이전 후 코스닥 시총 1위 프리미엄을 누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8월부터 작년 하반기까지 펼쳐진 삼성전자 주도 유가증권시장 랠리에서 소외된 것에 대한 ‘학습효과’란 분석도 있다.

11일 발표 예정인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대표 종목을 섞은 새 지수를 발표하면 코스닥 대형주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중소형주 펀드매니저는 “새 지수가 나오면 코스닥시장에서 대형주 쏠림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며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투자했다”고 말했다.

주가가 단기 급등해 조정 가능성이 커진 점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년 11월1일 5만8500원(종가 기준)이었던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0일 10만9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에 따라 일부 가치주 펀드들은 지난해 말부터 셀트리온헬스케어 비중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