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 정회동 전 KB투자증권 사장,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
(왼쪽부터)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 정회동 전 KB투자증권 사장,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
금융투자협회장 후보자 공모가 지난 4일 마감되면서 후보들의 선거전이 시작됐다. 이번 협회장 선거에는 4명의 후보자가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의 관심도는 뜨뜻미지근하다. 황영기 현 금투협회장처럼 유력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게 업계의 분위기다.

◆ 캐스팅보트는 자산운용사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 정회동 전 KB투자증권(현 KB증권) 사장,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사장 등 4명이 협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오는 25일 금투협 회원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금투협회장은 전체 241곳의 회원사(증권사 56개, 자산운용사 169개, 부동산신탁사 11개, 선물사 5개 등)가 분담금 비율에 따라 차등해 배정받는 표결권으로 직접·비밀투표로 뽑는다.

현재 업계에서는 권용원 사장이 타 후보자들에 비해 다소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석사학위(경영학)를 받았다. 이후 기술고시(21회)에 합격해 당시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20년간 공직생활을 했다. 이어 인큐브테크,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을 거쳐 2009년 4월부터 키움증권 사장을 맡았다. 키움증권을 자기자본 기준 톱 10으로 성장시켰으며 핀테크(금융기술)를 적극 도입해 증권업계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후보자들 중 유일하게 현직에 몸담고 있어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친분 관계가 두텁다"며 "공대 출신으로 핀테크 등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후보들의 경력도 만만치는 않다. 정 전 사장은 중·대형 증권사 4곳에서 CEO를 거친 투자업계(IB) 전문가다. 황 전 사장도 증권사, 은행, 자사운용사 등 금융업계를 두루 경험했다. 손 회장은 2000년대 중반 대우증권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로 '한국 자본시장의 산 증인'으로 불린다.

다만 이번 선거의 판세를 예측하기 어려운 점은 신생 자산운용사들의 표심이 캐스팅보트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자산운용업계의 규모는 증권업계보다 작지만 회원사 수는 더 많기 때문이다. 투표권을 갖고 있는 241개 회원사 중 자산운용사가 169곳에 달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는 증권사보다는 자산운용 업계의 표심이 쏠리는 쪽이 유리해 예상 외의 인물이 선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정부 입김 우려에…"참신한 후보 없어"

업계에서는 이전 선거인 3년 전과 비교해 특출나게 이목을 끄는 후보가 없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3년 전 선거에서는 유력 후보로 황영기 회장이 출마하면서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유력 후보로 황 회장이 거론되면서 선거 열기가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황 회장이 "현 정부와 결이 다르다"며 "외교 용어로 나는 척결 대상이나 사형 대상은 아니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와 같았다"고 말하며 연임을 포기하고 떠났다. 이후 협회장 선거를 바라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업계 전반의 인식이다.

일각에서 "업계가 투표로 선출한 회장이 정부의 입김으로 물러난 상황에서 후임자가 소신껏 목소리를 낼 수 있겠냐"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은 증권업계의 역할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비치며 재임 기간동안 업계의 호평을 받았다"며 "하지만 지난해 말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 과정 등에서 정부와의 갈등을 내비치며 불출마를 선언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규제와 정부 간섭이 큰 상황에서 참신한 후보자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부분의 후보가 현역을 떠났거나 나이가 많아 "업계 입장을 강력하게 대변할 만한 후보자가 없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황 회장의 연임 포기 과정에서는 금융 당국이 '이런 사람은 안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정한 듯한 의중을 내비치면서 '관치'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며 "정부를 눈치를 보지않고 다양한 도전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참신한 후보자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평가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