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주가지수인 다우, 나스닥, S&P500지수가 새해 들어서도 랠리를 이어가면서 월스트리트는 축제 분위기다. 많이 올라 부담은 커졌지만 경기 호조가 지속되고 있어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미국 경제 기적은 계속된다”며 낙관론을 내놨다.

반면 과열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증시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VIX) 지수가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떨어져 투자자들이 지나친 ‘자기만족’에 빠졌다는 분석도 있다.
버핏 "미국 경제 기적은 초반전"… 트럼프 "다우 새 목표는 30000"
◆트럼프 “연안 원유 시추 규제 없앨 것”

미국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다우지수가 4일(현지시간) 사상 최초로 25,000선을 돌파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트위터를 통해 “불필요한 규제는 계속 없애겠다”고 화답했다.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우리는 매우, 매우 큰 벽을 깼다. 이제 새로운 숫자는 30,000”이라며 추가 상승을 기대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날 곧바로 연안 원유·가스 시추 규제를 없앤다고 발표했다. 라이언 징키 내무장관은 에너지업계가 거의 모든 미국 연안에서 원유와 가스를 시추할 수 있게 허용하는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환경보호론자들의 반발을 뚫고 계획이 실행되면 연안 에너지 매장량의 90%가 개발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법인세율 인하 등 파격적 감세와 인프라 개선 투자 추진 등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와 개선된 고용지표도 주가를 밀어올렸다고 분석했다. 미 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14만8000명(계절 조정치) 증가해 시장 예상치(19만 명)를 밑돌았다고 5일 발표했지만 11월 25만2000명이 증가하는 등 최근 3개월 증가폭은 월평균 20만 명을 넘어 호조를 보이고 있다. 12월 실업률은 4.1%로 전월과 같았다. 2000년 12월 이후 최저치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완전 고용이라고 보는 수준 4.6%보다 낮은 상태를 수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Fed가 오는 3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75%”라고 전망했다. 경기 호조가 지속되면 올해 3~4차례 이상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버핏 “야구로 치면 초반전”

버핏 회장은 이날 타임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의 경제기적 게임은 야구경기로 치면 초반전에 불과하다”며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미국의 자녀세대는 부모들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며, 생활수준의 대폭 개선은 수세대에 걸쳐 지속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2%대인 미국의 연간 경제성장률도 낙관할 만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인구 증가율이 0.8%인 상황에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1.2%씩 늘어나는 것이어서 25년 뒤에는 현재의 5만9000달러에서 7만9000달러로 늘어나게 된다는 셈법이다. 미국 경제가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는 이유로는 혁신과 생산성을 꼽았다.

◆남아 있는 악재는

일각에서는 증시 거품론도 제기한다. 감세 효과와 고용지표에 대한 비관론에 근거한 것이다. 존 후스먼 후스먼인베스트먼트트러스트 회장은 “트럼프 정부의 감세는 경기주기상 늦었다”며 감세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업률이 17년 만에 저점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노동인구 증가와 생산성 향상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 예일대 교수는 1929년 대공황을 촉발한 증시 붕괴 당시처럼 고평가됐다고 진단했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점으로 ‘투자자들의 심리’를 꼽았다. 감세 기대로 투자자들이 증시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VIX 지수는 지난해 기록한 역사적 저점(9.14) 수준으로 떨어졌다. VIX가 너무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 투자자들의 지나친 낙관론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모두가 오름세에 베팅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