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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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도주인 정보기술(IT)주가 재차 상승 엔진에 시동을 걸 수 있을까. 실적 시즌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 하락이라는 복병이 나타났지만 증시 주도권은 올해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3일 오전 10시50분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1%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한때 지난달 19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260만원을 회복하기도 했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관련주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강세가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덕이다.

다만 실적 시즌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1060원대로 떨어진 것은 부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1061원20전에 장을 마감해 2014년 10월30일(1052원90전·저가 기준)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당분간 원·달러 환율 하향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반도체주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실적 중 연간 환율 등락에 노출되는 달러 규모(넷익스포저)가 약 6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연평균 원·달러 환율 10원 변화에 이익이 6000억원 변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16조대(16조3104억원)를 기록한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이달 들어 15조원대(15조9507억원)로 내려왔다. 상승세를 이어가던 올해 연간 전망치도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해 올해 환율이 실적의 변수가 될 전망이라며 목표주가를 종전 350만원에서 33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060원대까지 하락, 예상보다 상당히 아래로 내려가 있다는 현실이 부담 요인"이라며 "올해 연평균 환율 가정치를 1110원에서 1075원으로 약 3% 하향 조정하고,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종전 대비 각각 5.4%, 3.9%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 19% 증가한 262조7000억원, 64조7000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반도체주의 증시 주도력이 훼손될 가능성은 낮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반도체 업황 논란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반도체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는 펀더멘털(내재차기)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측면에서 주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진단이다.

서동필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IT주가 원·달러 환율 하락세 지속, 글로벌 IT조정에 연동돼 부담에 노출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4차 산업혁명의 주도주인 미국 '팡(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기업들의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반도체주의 낮은 주가수익비율(PER)은 과도한 주가 조정에 따른 결과로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국내 IT업체들의 주가 상승 여력은 선진국 대비 더 높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팀 팀장은 "IT주의 주가 조정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최근 주가 조정으로 한국의 IT업종 밸류에이션은 PER 8배 수준까지 하락하며 매력적인 구간으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반도체 가격 상승 정체 구간에서 심리적인 위축으로 나타난 반도체주 주가 조정 사례 당시와 같이 상승 흐름으로 복귀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이달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와 기업실적 시즌 등이 IT주 수요를 자극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순학 한화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추가적으로 하락하면서 주가의 눌림 현상이 조금 더 길어질 수 있겠지만 올해 예상 실적 기준 밸류에이션은 매우 저평가된 상황"이라며 "이달 9일부터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가 열리고, 월말 IT 기업들의 실적 시즌이 시작되면 분위기는 반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