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리고 경기회복 되고… 주목받는 '러·브·인·멕' 채권
10곳의 국내 주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은 올해 1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린 신흥국 국채가 내년에도 유망 재테크 상품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채권 이자(표면금리)가 한국이나 선진국 국채보다 훨씬 높은 데다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면서 채권 가격 상승(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 차익까지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19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신흥국 현지 통화 국채는 평균 12.9% 수익률을 기록했다. 세계 채권 평균 수익률(6.6%)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손은정 KB증권 연구원은 “비교적 높은 이자 수익에 더해 미국 달러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B들은 내년에 신흥국 국채 중에서도 경기 회복세가 두드러지거나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정책을 기대할 수 있는 러시아, 멕시코, 인도, 브라질 국채를 주목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말 연 8.30%를 웃돌던 러시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올 들어 0.80%포인트 떨어졌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부양이 필요한 상황에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4%를 밑돌면서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 들어 기준금리를 연 10%에서 연 7.75%로 낮췄다. 신 연구원은 “내년에도 1%포인트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멕시코는 2년 가까이 이어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일단락되면서 국채 금리도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올 들어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로 하락했던 페소화 가치가 회복되는 추세라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강현구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2분기에는 멕시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완화’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도는 지난해 11월 화폐개혁에 이어 올 7월 상품·서비스세(GST) 도입으로 위축됐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안정적인 채권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인도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 ‘Baa3’에서 ‘Baa2’로 상향 조정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2분기 이후에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최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마무리된 브라질 국채는 연 10%에 달하는 표면금리가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