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윳돈 있으면 만능통장 ISA에 넣어라"
정부가 2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금융투자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문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를 두 배 늘려준 것이다. 하나의 통장으로 예금과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만능 통장’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이유에서다. 금융투자업계는 향후 ISA를 통한 펀드 및 ELS 가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ISA 비과세한도 두 배 확대

현행 ISA 가입자(서민형 기준)는 운용 수익의 250만원(3년 기준)을 한도로 15.4%(지방세 1.4% 포함)의 세금을 면제받는다. 서민형은 연간 총급여가 5000만원에 못 미치거나 종합소득금액이 3500만원 이하인 사람이 가입할 수 있다. 의무 가입 기간인 3년 동안 납입액을 중간에 찾지 않아야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납입 한도는 연간 2000만원이다.

내년부터는 서민형 ISA의 비과세 범위가 500만원으로 두 배 늘어난다. 예를 들어 ISA를 통해 3년 동안 매년 2000만원씩 펀드에 납입해 연평균 4%(단리) 수익을 올린 투자자는 3년치 수익금 480만원(1년차 80만원+2년차 160만원+3년차 240만원)에 대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250만원을 초과한 230만원이 과세 대상이다.
"여윳돈 있으면 만능통장 ISA에 넣어라"
농어민 세제 혜택도 확대된다. 농어민도 서민형 ISA에 가입할 수 있게 돼서다. 그동안 농어민은 소득을 추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일반형 ISA만 허용했다. 일반형 ISA는 서민형에 비해 의무 가입 기간(5년)이 2년 더 길고, 비과세 한도(300만원)도 200만원 적다.

ISA에 넣은 돈을 보다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 가운데 하나다. 현행 규정은 근로자가 퇴직하거나 사업소득자가 폐업하지 않는 한 의무 가입 기간이 끝나기 전에 돈을 빼면 그동안 감면받은 세금을 인출 금액에서 공제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납입 원금에 한해 중도 인출을 허용해 주기로 했다. ISA에 2000만원을 넣어 200만원의 투자수익을 냈다면, 원금 2000만원까지는 언제든 인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2200만원을 모두 찾는다면 면세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는 ISA 가입 자격을 ‘18세 이상 전 국민으로 확대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정부는 ‘세원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소득이 없는 노년층도 ISA 가입을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만큼 실제 가입 대상은 늘어날 여지가 있다.

◆“펀드·ELS로 자금 몰릴 것”

전문가들은 중도 인출이 자유로워진 만큼 ISA를 명실상부한 ‘만능 통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원종훈 국민은행 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은 “ISA는 면세 혜택에도 불구하고 3년 이상 원금을 찾을 수 없었던 탓에 활용도가 떨어졌다”며 “수익금을 제외한 원금은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 만큼 여윳돈을 ISA에 넣어두면 투자 수익과 면세 혜택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ISA를 통해 가입할 만한 금융상품으로는 주식형펀드가 주로 추천됐다. 기준금리가 연 1.25%에 불과한 만큼 가입 한도를 감안할 때 예·적금 상품으로는 비과세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나석진 금융투자협회 웰스매니지먼트(WM)본부장 직무대리는 “국내 펀드는 배당소득을 기준으로 과세되기 때문에 ISA로 고배당펀드에 가입하면 면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LS 등도 같은 이유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비과세 혜택 확대와 중도 인출 허용에 힘입어 향후 ISA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도입된 ISA 가입자는 225만 명(5월 말 기준)이며, ISA 가입액은 3조8000억원 안팎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SA 혜택 확대는 증시에도 상당한 호재가 될 것”이라며 “ISA를 활용한 펀드 투자금이 확대되면 그만큼 증시에 유입되는 자금도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