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 추경 효과'…내수주, 힘 받을까
11조333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경기부양 효과에 따른 내수주의 반등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올해 기업 이익 증가가 수출주에 집중된 탓에 내수주는 그동안 상승장 속에서도 ‘찬밥’ 신세였지만, 최근 반전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추경 효과’로 소비심리가 살아나면 덜 오른 우량 내수주로 매수세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음식료주, 추경 1차 수혜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내수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통신업이 2.52% 올라 전체 업종에서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음식료품(1.57%) 의약품(0.65%) 은행(0.34%) 유통업(0.07%) 등도 반등했다.

SK텔레콤(2.96%) 이마트(2.75%) CJ대한통운(1.99%) 농심(1.41%) 삼성바이오로직스(1.11%) 등 각 업종을 대표하는 대형 내수주들의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증권업계에서는 전체 매출에서 내수 비중이 50% 이상인 종목을 내수주로 분류한다.

문재인 정부의 첫 추경안이 45일간의 진통 끝에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수주 반등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혜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추경의 핵심인 일자리 창출이 가계소득 및 소비 증가로 이어지면 내수 확대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경의 1차 수혜주로는 음식료업종이 꼽힌다. 정책이 실물경기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소득 증진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저소득층의 소비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임 연구원은 “저소득층 가계소비의 20% 이상이 식료품 소비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외식, 엔터테인먼트, 의류, 가전 부문의 소비 증가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하는 7월 소비자심리지수도 내수주의 향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6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달(111.1)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향후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내수주 담는 외국인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수출주가 주식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내수주는 실적이나 수급이 개선되는 종목 위주로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황을 누리는 반도체업종 외에도 제일기획 현대산업개발 한샘 등의 2분기 주당순이익(EPS·순이익/주식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253.4%) 신세계(57.0%) LF(56.3%) 카카오(52.4%) 등의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수출주를 ‘편식’하던 외국인 투자자도 최근 많이 오른 정보기술(IT)주를 내다팔고 내수주를 담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KB금융(4279억원) 삼성생명(2001억원) 한국전력(1945억원) 엔씨소프트(952억원) 오리온(855억원) 셀트리온(817억원) 등 내수주를 많이 사들였다. 금융, 게임, 음식료, 제약 등 주요 내수업종에서 낙폭이 컸거나 실적이 개선되는 대형 종목 위주로 담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다음달 공식 출범할 예정이어서 통신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5G(5세대) 이동통신 수혜주로 꼽히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재조명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