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채권 보유액이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원화 강세에 베팅…환차익 노린 투자 수요 몰렸다
18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의 원화 채권 보유액은 105조8976억원(17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2015년 7월13일(105조996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외국인은 지난 5일 이후 17일까지 9거래일 연속 원화 채권을 순투자(순매수-만기 상환)했다. 이 기간 순투자액만 4조3567억원에 달했다.

외국인의 원화 채권 보유액은 국내 채권시장 ‘큰손’으로 꼽히는 프랭클린 템플턴이 지난달 27~28일 3조원 규모의 원화 채권을 순매도하면서 100조원 선까지 감소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에 이어 유럽도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영할 조짐을 보이면서 원화 강세 기대가 꺾인 결과”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유럽 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움직임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 지난 6일 1157원40전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 13일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하락세로 반전했다. 18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원20전 내린 1123원10전에 마감했다. 지난달 8일(1122원10전) 이후 최저치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단기 원화 채권 투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원·달러 환율”이라며 “연말까지 달러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외국인의 원화 채권 매수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재춘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외국인 입장에선 국가신용등급(AA0) 대비 금리와 환금성이 높은 원화 채권을 대체할 만한 신흥국 채권을 찾기 어렵다”며 “외국인 원화 채권 보유액이 사상 최대치인 108조4475억원(2015년 6월1일)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원화 채권 매수세는 국내 시중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08%포인트 하락한 연 1.746%에 마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