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소재기업인 한솔케미칼은 반도체 관련 기업 가운데 가장 저평가된 종목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반도체 제조용 소재를 납품하고 있지만 반도체 호황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했다.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3분기부터 3차원(3D)낸드 생산을 본격화하면 반도체 장비보다는 소재 수요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3D낸드' 3분기부터 양산…소재 납품하는 한솔케미칼 '재평가' 기대
◆“내년 사상 최대 실적 기대”

한솔케미칼은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600원(0.81%) 떨어진 7만3400원에 마감했다. 올 들어 주가가 10% 넘게 하락했다.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대부분 반도체 관련 장비·소재업체들의 주가가 오르는 동안에도 빛을 보지 못했다.

이 회사 주가가 ‘역주행’한 것은 디스플레이 소재 매출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한솔케미칼은 삼성 퀀텀닷TV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소재를 생산하는데,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TV 판매량이 작년 동기보다 5% 감소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소재 부문의 매출 감소가 한솔케미칼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회사의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눈여겨보고 있다. 한솔케미칼의 주력 생산 제품은 과산화수소와 라텍스 등 화학소재다. 과산화수소는 국내 시장 1위다. 삼성전자가 3분기부터 3D낸드 생산을 본격화하면 디스플레이용 소재의 매출 감소분을 메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업체들은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초고순도 과산화수소를 사용하는데, 한솔케미칼 제품은 품질 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해외 반도체 기업들도 한솔케미칼의 과산화수소를 수입해 사용할 정도다.

공정이 복잡해지는 것도 한솔케미칼엔 호재다.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단계가 늘어나 소재 사용량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반도체용 과산화수소 판매량은 3억3700만t으로 지난해보다 35%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솔케미칼 전체 매출의 30~40%를 차지하는 과산화수소 부문이 성장하면서 내년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품 다양화, 자회사 실적 개선

주력 제품이 다양해지고 있는 점도 실적과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이 회사는 3분기부터 D램용 전구체(프리커서·반도체 증착에 사용하는 소재)를 삼성전자에 납품할 예정이다. 여기에 올 상반기에 부진했던 디스플레이 소재 매출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퀀텀닷TV를 개선한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를 내놓은 뒤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한솔케미칼 관계자는 “과산화수소뿐 아니라 전자재료 등 정밀화학 분야에서 지속적인 기술 개발 및 품질 향상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며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종합정밀화학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회사들도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다. 포장용 테이프를 생산하는 테이팩스는 지난해 별도재무제표 기준 1120억원의 매출과 11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지난달 29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한솔케미칼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50.0%다.

지난해 1월 상장한 스마트폰용 도료 생산업체 한솔씨앤피는 지난해 연결 기준 6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대비 52% 늘어난 규모다. 한솔케미칼이 50.1% 지분을 갖고 있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요 시장인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의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한솔씨앤피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