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꼴찌서 1등으로…'존리 펀드'의 부활
지난해 수익률 최하위로 추락한 ‘존리 펀드(메리츠코리아 펀드)’가 올 들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투자 종목을 거의 교체하지 않던 스타일을 바꿔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결과다. 그간의 고집을 꺾고 삼성전자를 처음으로 담기 시작한 데 이어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한 오리온과 한미약품, CJ제일제당 등은 모두 정리하거나 비중을 대폭 낮췄다.

수익률 최하위에서 화려한 부활

30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메리츠코리아 펀드’는 올 들어 국내 일반 주식형펀드(중소형, 그룹주, 인덱스펀드 제외) 설정액 상위 10개 펀드 가운데 수익률 1위(7.33%)를 달리고 있다. 인덱스펀드를 제외한 액티브펀드 평균 수익률 6.10%보다 1.23%포인트 높다. 이 펀드는 지난해 -22.65%의 수익률을 내며 일반 주식형펀드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2013년까지는 별 볼일 없는 운용사였다. 수익률도 2011~2013년 각각 -9.36%, 0.58%, -3.67%로 업계 최하위권이었다. 내세울 만한 대표 펀드도 없었다.

반전은 2014년 미국에서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던 존 리 대표(사진)를 영입한 뒤 시작됐다. ‘존리 펀드’는 잠재력이 있는 주식을 산 뒤 5년 이상 보유하는 전략을 폈다. 2014년과 2015년 수익률은 각각 14.84%, 21.96%로 업계 최상위였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앞다퉈 이 펀드를 ‘추천 1순위’에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대형주 장세에서 쓴맛을 봐야 했다. 수익률이 추락하면서 작년 한 해 2470억원의 자금이 펀드에서 빠져나갔다. 존 리 대표는 고객들에게 편지를 보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등의 문제로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진 측면이 있다”며 “조금만 기다리면 수익률을 곧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수익률 꼴찌서 1등으로…'존리 펀드'의 부활
고집 꺾은 존 리…삼성전자 담아

메리츠자산운용은 수익률 반전을 위해 연초 대대적인 리밸런싱(편입 비중 조정)에 나섰다. 가장 큰 변화는 작년까지만 해도 “중후장대한 수출주에선 장기 성장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외면한 삼성전자를 사기 시작한 것. 메리츠코리아 펀드는 140만원대의 평균 매입 단가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3% 이상(지난 28일 기준)을 삼성전자 우선주로 채웠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보통주 대비 우선주 할인폭이 과도하다”(김홍석 메리츠운용 상무)는 판단에서다. 이 펀드는 삼성전자 우선주 투자로 올해 1%포인트가량의 수익률 상승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에 대해선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이니스프리를 자회사로 둔 아모레G의 펀드 내 비중을 4.49%(2월 초 기준)로 높인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모두 팔았다. 중국인 관광객의 면세점 매출 비중이 높은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 설화수의 성장세가 정체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중국 내 매장 매출 비중이 높은 이니스프리는 사드 영향을 덜 받는다고 분석해 포트폴리오 내 비중 1위 기업으로 올렸다.

업계에선 펀드 내 종목 손바뀜이 늘면서 20%대였던 메리츠코리아 펀드의 매매회전율이 올해 50%대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매매회전율이 50%라는 것은 해당 기간 펀드 내 편입 종목 가운데 둘 중 하나를 변경했다는 의미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