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17일 오전 5시23분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이 투자자로부터 인기를 끄는 가운데 발행사에는 ‘숨어 있는 덫’이 있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떨어져도 관련 기초자산(장래매출채권)에서 나오는 현금을 일정 기간 가져갈 수 없다는 조항 때문이다. ABS가 아시아나항공 유동성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6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발행잔액 기준 1조3134억원어치 ABS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일부 계약조항이 자동 발동하는 조건(트리거 조항)을 내걸었다. ‘ABS 투자자(제1종 수익권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모두 지급할 때까지 해당 장래매출채권에서 나오는 잉여 현금을 아시아나항공이 가져가지 못한다(제2종 수익권 가지급 중단)’는 내용이다.

발동 조건은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이라도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B+’로 떨어뜨리는 경우다. 현재 이 회사 신용을 가장 낮게 평가하는 곳은 한국기업평가로 계약 자동발동 조건보다 한 단계 위인 ‘BBB-(안정적)’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발행한 ABS에는 이런 트리거 조항이 달려 있지 않다.

시장에선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등 국내 9개 증권사는 아시아나항공의 올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을 275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년 동기보다 53.2% 줄어든 수치다. 고수익을 올려온 중국 노선 매출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급감한 데다 저비용항공사(LCC) 및 외국 항공사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9월 4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을 당시 청약금액은 30억원에 그쳤다. 이후 부족자금은 만기가 짧은 전자단기사채와 사모 회사채 등으로 충당했다. ABS가 유일한 장기 자금조달 수단이라는 평가다. 지난달 말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은 4조2723억원에 달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