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원조가 오히려 후진국들을 망친다" 반성도 '원조의 역설'…개인이든 나라든 스스로 노력해야 성장
좋은 뜻이 좋은 결과를 낳나

잘사는 나라가 가난한 나라를 돕는 방식은 양자원조와 다자원조, 무상원조와 유상원조로 나뉜다. 양자원조는 원조를 주는 나라와 받는 나라가 1 대 1로 직접 지원하는 형태를 말한다. 다자원조는 여러 나라가 돈을 모아 유엔을 비롯한 국제원조기구를 통해 지원하는 형식을 띤다. 유상원조는 현금, 물자, 서비스를 지원해 주되 반드시 갚도록 하는(상환의무) 방식이며 무상원조는 말 그대로 공짜로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가난한 이웃을 도와주듯, 지구촌 선진국이 가난한 나라를 돕는 일은 자연스럽다. 선진국들로 구성된 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OECD DAC)가 가난한 나라의 경제 발전과 빈곤 퇴출을 위해 공적개발원조(ODA)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기획재정부,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Korea), 한국국제협력단(KOICA), 비정부단체(NGO) 등이 나서 유상과 무상으로 많은 나라를 원조한다.

문제는 원조의 딜레마다. 좋은 뜻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는 이야기가 원조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원조는 ‘원조가 과연 도움이 되기나 한 것일까’라는 회의를 갖게 한다. 아프리카 남중부에 있는 잠비아의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는 “원조는 도움이 안 된다.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원조는 문제의 일부다. 사실 원조 자체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담비사 모요의 비판 “원조 자체가 문제”
[Cover Story] "원조가 오히려 후진국들을 망친다" 반성도 '원조의 역설'…개인이든 나라든 스스로 노력해야 성장
모요의 ‘원조 비관론’은 원조의 부패구조와 관계가 있다. 대부분의 원조는 정부와 정부가 주고받는 형태다. 아프리카 등 후진국 정치구조는 독재구조다. 무상이든 유상이든 정부를 통해 지원이 되면 상당 규모의 원조가 독재자 개인 재산으로 빼돌려진다.

이 같은 부패는 원조가 실행되는 하부 단계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 원조가 정작 경제개발이나 발전에 쓰이지 않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라구람 라잔과 어빈드 서브라마니안은 “어떤 종류의 원조도 국가 경제성장을 유발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연구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들이 든 예가 바로 잠비아다. 1960년 이래 잠비아가 받은 원조는 지속적으로 늘었으나 같은 기간 성장률은 오히려 추락했다.

원조는 또 원조 이익을 두고 정치 세력 간 극단적인 정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치적 안정이 없는 가난한 나라에서 원조는 큰 이권에 해당한다. 이권을 놓고 벌이는 정치적 갈등은 ‘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으로 악화되게 마련이다.

원조가 기업가정신을 북돋우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무상원조를 통해 많은 상품이 쏟아져 들어오는 순간, 부족하나마 시장에서 거래되던 자국의 상품시장이 죽게 된다. 우리나라가 북한에 다양한 상품과 의약품, 의복, 식량 등을 공짜로 지원해 주면 그나마 형성된 북한의 장마당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공짜 물량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거래가 될 리 없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은 “시혜적인 원조는 삶을 스스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의미다.

인프라 개발…‘스마트 원조’ 필요

원조가 엉뚱한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제안에 따라 각종 질병을 옮기는 모기를 막기 위해 모기장을 아프리카에 지원했더니 결혼식 신부용 베일로 사용되거나 고기잡이용 그물로 쓰였다고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제 원조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후진국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인프라 개발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2025년 저개발국의 인프라 투자 수요액은 약 9조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단순한 식량 원조보다 농업관개시설 확충과 물품교환을 원활하게 해줄 도로 건설이 시급하다.

뿌리 깊은 부패구조 탓에 원조가 필요한 곳까지 가기도 전에 빼돌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 기업, 기업가정신, 법치를 존중하는 가치 체계 및 제도를 가지려는 노력과 국민 교육, 지도자 양성이 우선이다. 그래야 원조도 마중물로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최빈국이던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도 이 같은 방정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NIE 포인트

원조가 경제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원조가 경제발전과 가난 탈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 어떤 제도와 가치체계가 필요한지를 토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