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한국형 헤지(사모)펀드 시장에 진입한 지 1년 만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2005년 33㎡(10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에서 자본금 5000만원, 직원 두 명으로 시작한 개인 창업 회사가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기업 계열 운용사를 제치고 선두에 나선 것이다.
한 살 '꼬마 운용사' 거인을 넘다
◆펀드업계 부진 속 1조원 유치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지난해 5월17일부터 이달 5일까지 9380억원의 신규 자금을 유치했다. 삼성자산운용(9374억원)을 제치고 한국형 헤지펀드업계 1위에 등극했다. 2013년 이후 줄곧 선두 자리를 지킨 삼성자산운용(2013년 말 기준 5102억원)은 4년 만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 금융회사나 대기업 계열 자산운용사가 아닌 회사가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 1위(설정액 기준)에 올라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펀드 평균 수익률이 -0.38%로 부진했던 미래에셋자산운용(5565억원)과의 격차는 3815억원으로 벌렸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다음달 ‘소프트 클로징(잠정 판매 중단)’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4월 투자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전환한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자문사 시절 명성을 바탕으로 투자자 모집 두 달여 만에 약 4000억원을 유치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작년 5월17일 설정한 ‘더타임 M’ 사모펀드는 업계 수익률 부진 속에 지난달 말까지 7.2%의 수익을 내며 ‘자금몰이’에 힘을 보탰다.

업계에서는 증권사(판매망)와 자산운용사를 함께 보유하고 있는 대형 운용사에 비해 ‘이름값’이 떨어지는 이 회사의 선전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최소 1억원 이상을 맡겨야 하는 한국형 헤지펀드 특성상 회사 명성과 신뢰도가 투자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황성환 대표(41)가 이끄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에는 운용역(18명)과 지원 인력을 포함해 30여명이 일하고 있다.

◆1600만원으로 시작해 업계 1위로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황 대표가 대학생 시절인 1999년 종잣돈 1600만원으로 코스닥시장에 투자해 모은 돈이 시발점이 됐다. 대학 졸업 후 대우증권 특채로 고유자산운용팀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2년 만에 나와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차렸다. 여의도 증권가에 있는 자산운용사에서 일을 시작하는 기존 제도권 펀드매니저와는 거리가 멀었다.

강남 재력가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당시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황 대표도 초기에 큰 손실을 봤다. 하지만 과감히 손절매한 뒤 현금 비중을 80~90%로 늘렸다. 이후 기회가 생길 때마다 조금씩 사고파는 전략을 펴 그해에만 141.4%의 수익률을 올렸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투자자에게 목표 수익률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마이너스 수익률은 절대 내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6개월 단위로 수익금을 결산하는 ‘타임사모펀드’는 지난 13년 동안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지 않았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42.2%다.

펀드 운용 시스템도 기존 운용사와 다르다. 한 명의 팀장이 모든 투자를 총괄하지 않는다. 18명의 펀드매니저가 자금을 분배받아 주식과 대체투자(AI), 글로벌매크로, 메자닌(CB, BW) 등 자신의 투자 영역에서 각자 투자한다.

운용사 차원의 포트폴리오를 따로 만들지 않고 개별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펀드 수익률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투자금이 한 곳에 쏠리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