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연일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외치며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반면 5년 박스권(1850~2100)에 익숙해진 국내 투자자는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넘어서자 ‘기계적으로’ 펀드 환매에 나섰다.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는 ‘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 등도 집중 매수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상장사의 실적 개선이 뚜렷한 데다 외국인과 연기금의 매수세가 강하기 때문에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개인 펀드 환매 받아내는 외국인·연기금
◆펀드 환매 받아내는 외국인

23일 코스피지수는 1.02포인트(0.05%) 오른 2107.63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가 32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지켰다. 외국인은 최근 6거래일간 1조1191억원어치를 사들이며 강세를 이끌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7772억원, 기관투자가는 4271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투자자의 환매가 몰리며 7거래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 규모는 2조4102억원에 달한다. 환매 주문이 들어오면 펀드 운용사는 강세장을 예상하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보유 주식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주식형 펀드는 코스피지수가 하락하면 저가 매수를 노린 자금이 유입됐다가 상승하면 차익 실현을 노린 환매로 돈이 빠져나가는 양상이 반복됐다.

이번에도 저점 매수-고점 매도라는 ‘박스권 플레이’를 준비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향후 하락장에 베팅하는 ‘리버스(인버스) 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시작한 연초 이후 리버스 펀드에는 7544억원이 몰렸다. 상품별로는 KODEX인버스(1595억원) KODEX200선물인버스(1133억원) KB스타코리아리버스인덱스(629억원) KBSTAR200선물인버스2X(611억원) 등의 순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박스권 플레이로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애널리스트 출신인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은 “과거 수십 년의 지수 등락 사례를 볼 때 오는 4월께 올 1분기 실적이 좋은 것으로 확인되는 순간 코스피지수가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세장 시작의 전조 나타나

또 역대 한국 증시의 강세장은 외국인이 먼저 매수하고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뒤따르는 형태로 나타났다. 2004년 외국인이 10조원, 연기금이 2조원을 순매수한 뒤 다음해 4월 코스피지수는 1000선을 돌파했다. 외국인이 20조원, 연기금이 9조원을 순매수한 2010년 12월 코스피지수는 2000을 넘었고 이듬해 5월 역대 최대치인 2228.96까지 올랐다.

이 같은 패턴은 지난해와 올해도 거의 판박이처럼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4년 만에 최대 규모인 11조3359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고 올해도 2조원 넘게 사모으고 있다. 연기금 역시 작년 이후 4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의 매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코스피지수가 2200을 돌파하면 펀드 환매 압력도 차츰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불안 요소는 여전하지만 기업 실적 개선과 외국인 수급 등 강세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더 뚜렷하다”며 “강세장에 베팅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만수/이현진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