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9개월 여만에 2100선을 뚫고 마감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2102.93이란 종가가 선명히 찍혔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코스피지수가 19개월 여만에 2100선을 뚫고 마감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2102.93이란 종가가 선명히 찍혔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이제 다시 주식이다] 악재 헤치고 치솟는 기업 실적…"코스피 자신감 붙었다"
“이번엔 다르다.”

코스피지수가 5년 장기 박스권(1850~2100)을 완전히 뚫고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증권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 정치 불안,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유럽의 정치 불확실성 등 주식시장을 둘러싼 안팎의 위험 요인에도 불구하고 21일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돌파하자 긍정론이 더 힘을 받고 있다.

그동안에도 박스권 돌파 시도가 없지 않았지만 이번엔 ‘상승 강도’나 ‘질’이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내 상장사의 실적 개선이 뚜렷한 데다 삼성전자 등 일부 정보기술(IT) 대형주뿐 아니라 자동차 화학 철강 등 업종 대표주도 고루 상승하고 있어서다.

◆2200 돌파도 가능

올 들어 미국 3대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일본과 유럽 주요국 지수가 강세를 보일 때 한국 증시는 답답하기만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내 증시도 차츰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에 동참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NH투자·삼성·키움·IBK투자·이베스트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2100선에 안착하는 것을 넘어 역대 최고치인 2228.96(2011년 5월2일)도 경신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강세장을 예상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주가가 상승하기 위한 기본 전제조건인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첫 번째다. KB증권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당기순이익은 작년 103조8000억원으로 처음 1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125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 몇 년간 70조~80조원대에 머물던 기업 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주가도 한 단계 ‘점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4년 상장사 순이익이 50조원을 넘은 이후 코스피지수가 1000선, 2011년 80조원을 넘었을 때 2000선을 돌파했다”며 “기업 1분기 실적까지 확인되면 시장도 확신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의 ‘질’도 좋다는 평가다. 수출이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면서 시장 영향력이 큰 수출 대형주들의 전망이 밝아졌다.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반도체에 자동차 화학 철강 등의 상승세가 가세하면서 전체 지수 상승에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에 집중됐던 투자자 관심이 다른 업종으로 확산된 것은 전체 지수 상승에 대단히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개선되는 대외 여건

다음으로 국제 유가, 원·달러 환율 등 증시 환경도 긍정적이다. 국제 유가는 올초 배럴당 50달러 선을 넘어선 뒤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그 덕분에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증가했고 화학제품 가격도 상승했다. 원자재값 회복에 힘입어 국내 자동차 수출시장인 러시아, 브라질, 중동 등 신흥국의 경기도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1210원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140원대로 5%가량 떨어지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에 도움을 주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6일 이후 4거래일간 509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 등 증시 여건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최적 지점) 상태”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리스크’도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해소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행보를 보면 그가 원하는 것은 고용 확대라는 점을 알 수 있다”며 “현대자동차 등 미국에 투자를 약속한 기업에 무역 보복이 가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