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롯데캐피탈의 자체신용도는 최종신용등급보다 한 단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처음 도입되는 자체신용도 제도의 첫 번째 사례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롯데캐피탈의 회사채 자체신용도를 ‘A+’로 평가하면서 롯데그룹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한 최종신용등급은 이보다 한 단계(notch) 높은 ‘AA-(안정적)’라고 밝혔다. AA-는 10개 투자등급 중 상위 네 번째다.

롯데캐피탈은 1995년 설립된 롯데그룹의 여신전문금융사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호텔롯데(26.6%) 롯데쇼핑(22.4%) 롯데건설(11.8%) 부산롯데호텔(11.5%) 등 롯데그룹 계열사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92.6%에 달한다.

두 신용평가사는 롯데그룹의 우수한 신인도를 바탕으로 롯데캐피탈에 대한 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윤민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롯데그룹이 2003~2008년 롯데캐피탈에 총 140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며 “롯데그룹이 롯데손해보험, 롯데렌탈 등을 인수하면서 금융사업을 확대하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어 금융부문에 대한 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임원 대부분이 롯데그룹 계열사 출신으로 구성돼 지배적 긴밀성이 존재한다”며 “롯데그룹 계열사의 지원 여력은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올해부터 도입되는 자체신용도는 올해 민간 금융사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일반 기업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공기업 금융사를 제외한 민간 금융사 100여곳이 자체신용도 공개 대상이다. 산은캐피탈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공기업을 모회사로 둔 금융사도 자체신용도 공시 대상이다. 민간 기업도 회사가 원하면 올해 자체신용도를 공개할 수 있다.

정원현 한국기업평가 투자자서비스(IS) 실장은 “기관투자가 중 일부는 자체신용도와 최종신용등급의 차이를 회사채 투자를 결정할 때 평가요소로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며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