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와 미국 대선 이변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부 환경 변화에 탄탄한 ‘맷집’을 지닌 경기방어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방어주들의 성적표는 그러나 초라하다. 그중에서도 고배당 매력이 큰 배당주는 시장 전반의 배당수익률이 높아지면서 매력이 상당 부분 떨어졌다.

오히려 높은 성장성이 장점인 정보기술(IT)주 등 경기관련주의 움직임이 투자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수익률 못 지키는 '녹슨 방패' 경기방어주
◆주가 오히려 ‘부진’

코스피지수는 11일 전날에 비해 18.17포인트(0.91%) 하락한 1984.43에 마감했다. 9일 2.25% 급락한 뒤 10일 2.26% 급반등한 데 이어 다시 떨어졌다. 이처럼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주목되는 것은 일부 경기방어주 움직임이다. 통상 변동성이 증폭될 때 방어주는 주가 등락폭이 크지 않아 안정적 투자처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최근 주요 방어주 주가는 기대 이하다.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KT&G는 5.50% 내린 10만3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 대선일 이후로만 7.73% 빠져 ‘방어주’라는 별칭이 무색해졌다. KT&G는 주력인 담배사업이 좀처럼 불황을 타지 않고 일정 수준의 이익을 꾸준히 낸다는 이유로 방어주로 분류된다.

백운목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12월부터 담뱃갑에 흡연 경고그림을 의무적으로 넣게 되는 등 경영상 악재가 적지 않고 글로벌 주요 담배회사 주가도 부진한 영향을 받고 있다”며 “배당을 늘리겠다는 회사의 발표도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못줬다”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한 한국전력은 미 대선 이후에도 0.98% 하락하는 등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통신업종 대장주인 SK텔레콤도 제자리걸음이다. 성장둔화 등으로 고전 중인 SK텔레콤은 지난 8일 이후 1.12%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내 주요 경기방어주를 담은 상장지수펀드(ETF)인 ‘미래에셋타이거경기방어’도 9일 최근 1년 최저가(1만2705원)를 찍는 등 0.51% 하락했다.

연말 ‘성수기’를 맞은 배당주도 부진하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모아놓은 코스피 고배당50지수는 8일 이후 0.50% 상승하는 데 그쳤다. 주요 배당주 중 포스코(2.89%) 기업은행(4.62%) 등은 선방했지만 한온시스템(-7.96%) 등 낙폭이 큰 종목도 적지 않았다.

◆‘수비’보다는 ‘공격’?

전통적인 경기방어주 부진현상이 빚어진 것을 두고 증시 전문가들은 방어주만의 장점이 약화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방어주 장점이 부각되기보다는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심리에 따른 성장주 상승세를 주목한 투자자가 많다는 설명이다. 지난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달보다 0.3%씩 올랐고 중국의 10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했다.

중국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측도 재정확대 정책을 시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방어주보다는 소비 회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IT나 인프라 투자 수혜가 예상되는 화학 기계 철강 등 경기 관련주에 더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최근 배당을 확대하는 기업이 늘어난 점도 배당주의 매력도를 떨어뜨렸다. 지난해 18조4000억원이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총 배당금은 올해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배당을 많이 주면서도 경기방어주보다 실적과 주가 흐름이 좋은 종목이 적지 않다”며 “경기방어주만의 매력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