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 잔액이 2013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원화 약세 가능성이 커지면서 만기 상환한 자금을 재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간 외국인의 국내 상장채권 투자액이 3조6500억원어치 순유출됐다. 순유출은 투자자들이 채권을 만기 상환한 규모만큼 재투자하지 않아 보유 규모가 줄었다는 의미다.

외국인들은 이 기간 채권 8조2000억원어치를 매도한 반면 7조4000억원어치만 사들여 80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여기에 2조8000억원어치를 만기 상환하면서 전체 보유 규모가 크게 줄었다. 3개월째 이어진 순유출로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 보유 잔액은 91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2013년 1월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채권 매도는 아시아 투자자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한 달 만에 보유 채권 규모를 2조2000억원어치 줄였다. 유럽(-6000억원)과 미주(-4000억원) 지역 채권 투자액도 순유출됐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한국 채권의 금리 매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원화 약세에 따른 손실도 예상돼 보수적인 투자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채권과 달리 주식시장에서는 5개월 연속 ‘사자’세가 이어졌다. 외국인들은 상장주식 400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올 들어 10월까지 총 11조5600억원을 순매수했다. 연간 기준 2012년 이후 가장 많다. 유럽(9000억원)과 미국(3000억원)은 순매수한 반면 아시아(-4000억원)와 중동(-2000억원)에서는 주식을 팔았다. 10월 말 현재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액은 469조4000억원으로 전체 상장주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1%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