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12일 오전 11시12분

채권발행시장(DCM)을 주름잡고 있는 KB투자증권이 기업공개(IPO)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 들어서만 20곳이 넘는 기업의 IPO 대표주관사를 꿰찼다. 향후 현대증권과의 합병을 통해 인수합병(M&A) 사업을 강화하는 등 ‘투자은행(IB) 명가’로 입지를 굳힐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마켓인사이트] '채권 강자' KB투자증권, IPO 시장서도 돌풍
ECM 인력 대폭 확충

12일 IB업계에 따르면 KB투자증권은 최근 게임업체인 GPM, 바이오업체 큐젠바이오텍, 콘프라테크와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해 대표주관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예비상장사 21곳과 대표주관 계약을 체결했다. 상장 공모금액 규모가 3000억~4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제일홀딩스도 KB투자증권과 조만간 대표주관 계약을 맺는다.

지난해 20개 기업과 대표주관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에는 30곳과 계약을 맺을 전망이다. 대표주관 계약 체결 건수로만 놓고 보면 증권업계 1~3위 수준이라는 평가다.

매년 마켓인사이트의 DCM 리그테이블 주관 순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KB투자증권은 지난해 주식발행시장(ECM)실을 본부로 확대하며 IPO 사업 역량을 끌어올렸다. ECM본부 인력도 10여명에서 25명으로 늘리는 등 대형 증권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직을 키우며 성과를 내고 있다. DCM은 채권과 기업어음 등 부채성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이다. ECM은 유상증자 또는 IPO 방식으로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이다.

코넥스시장과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틈새전략’도 빛을 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코넥스시장에만 10개 기업을 상장시켜 코넥스 상장 주관 건수 1위를 차지했다.

내년에는 리그테이블 IPO 주관 순위(금액기준)로 상위 3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성용 KB투자증권 ECM본부장은 “예상 공모금액이 2000억~4000억원에 달하는 기업 여러 곳과 대표주관 계약을 맺는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증권사, 어드바이저리본부 검토

KB투자증권·현대증권 통합추진단은 합병 작업을 올해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통합추진단은 합병 후 출범하는 합병증권사 KB증권의 IB사업부 산하에 M&A 사업을 총괄하는 어드바이저리본부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 본부는 M&A팀, 인수금융팀, 사모펀드(PEF)팀 등으로 구성된다. KB증권은 국민은행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와 손잡고 인수금융 주선 실적을 늘리고 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돕는 PEF를 다수 조성하는 방안도 저울질하고 있다. ECM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M&A 사업도 보강하면 IB사업 전반의 역량이 고르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그룹은 증권사 IB사업에 대한 ‘지원 사격’ 차원에서 국민은행과 증권사 점포가 함께 들어가 영업하는 기업금융 복합점포(CIB)도 꾸준히 늘릴 방침이다. 올해 말까지 복합점포 수를 네 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통합 KB증권은 복합점포를 통해 전국 중견·중소기업과의 접촉면을 넓힐 계획이다. 이들 기업에 투자 및 자금조달 주선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거래 실적도 쌓을 방침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모그룹의 전폭적 지원이 예상되고 자기자본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앞으로 3년 안에 대형사를 위협할 만한 IB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나수지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