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고사’ 직전인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의 호가제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호가제출 규제가 남아 있는 한 ELW시장의 회생은 어렵다”며 규제를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유동성공급자(LP)가 ELW 호가를 제시할 수 있는 최소 호가 스프레드 범위를 현행 8%에서 3%로 낮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LP는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 유동성 부족에 따른 거래 부진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은 매수호가와 매도호가를 낼 때 가격 차이를 8% 이상 벌려야 하기 때문에 LP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차이가 3%가량으로 좁혀지면 매수가와 매도가 차이가 더 촘촘해져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호가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조치로는 ELW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품을 사고팔 때 여전히 3%의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파생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호가 규제로 ELW시장은 50원짜리 종목 정도만 거래되는 비정상적인 시장으로 전락했다”며 “스프레드를 좁혀도 대부분의 ELW 상품 거래는 여전히 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LW는 한때 하루평균 거래량이 1조원에 달할 만큼 큰 인기를 끌던 상품이다. 적은 돈으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누리는 동시에 보유 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헤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캘퍼(전문 초단타 매매자)의 난립 등 문제가 생기자 금융당국은 세 차례에 걸쳐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특히 호가 제한으로 투자자가 원하는 가격에 매매가 어려워지자 하루평균 거래량은 20분의 1로 줄었고, 맥쿼리 BNP파리바증권 등 주요 외국계 LP는 국내에서 사업을 접었다.

기획재정부가 내년 4월부터 ELW 투자자에게 주어지던 세제혜택까지 없애기로 해 시장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업계 관계자는 “ELW는 변동성을 확대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박스권에 갇혀 있는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스캘퍼를 차단하는 규제는 살리되 시장 가격 형성을 막는 호가 제한은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 주식워런트증권(ELW)

equity linked warrant. 개별 주식 또는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을 미리 정한 매매 시점과 가격에 사거나(콜) 팔 수 있는(풋) 권리가 주어진 유가증권.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