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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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정책 공백기에 '유가 하락'이란 불청객이 다시 주식시장에 찾아왔다. 연초와 같은 '저유가 쇼크'가 재발할 가능성은 낮지만, 유가의 변동성이 차익실현 욕구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머징 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면서 "한동안 잊고 지낸 유가 약세 재현에 반드시 경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9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1.4% 떨어진 배럴당 39.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의 계절적 성수기가 지나고 있는 가운데 공급 과잉 우려가 여전해서다. WTI 가격이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4월 초 이후 4개월여 만이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글로벌마켓 애널리스트는 "8월 초 국제유가가 40달러를 밑돌면서 다시 한번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면서 "국제유가는 7월 한 달간 14% 가까이 급락, 작년 7월 이후 가장 깊은 낙폭을 기록(월간 기준)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7월 유가 하락은 달러 강세와 계절적 수요 감소(미국 드라이빙 시즌 종료) 그리고 산유국 가격 경쟁 지속(사우디 아시아 판가 인하) 및 공급 증가 등에 대한 우려가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라고 판단했다.

유가의 변동성 확대가 최근 상승장에 찬물을 껴얹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회의가 종료되는 등 9월까지 정책 공백기가 진행, 시장을 설명하는 요소가 부재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은 이날 분석보고서에서 "정책적 공백기에 유가의 변동성 확대는 상승장에서 차익실현의 근거가 될 수 있다"며 "단기 노이즈에 그칠 가능성도 높지만 고점 부근에서 숨고르기 장세가 나타난 것 역시 유가 하락과 연관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머징 시장과 유가의 상관 관계를 고려할 경우, 최근 이머징 시장의 상대적인 강세가 다소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게 이 증권사의 설명이다.

유가 하락은 이미 미국의 에너지 섹터(업종)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S&P500의 반등 랠리에 커다란 공을 세운 에너지 섹터는 유가 하락이 시작된 6월말 대비 약 6% 가량 빠졌다는 것.

현대증권 시장전략팀 역시 "당분간 유가 하락과 외국인의 수급 강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유가 변동에 따라 증시 민감도가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배럴당 40달러 지지 및 반등 여부에 시선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병규 애널리스트는 다만 유가 하락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작년과 많이 다른 모습이라서 '저유가 쇼크'가 재현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수출과 물가 등 경제지표에 실제 영향을 주는 것은 전년 대비 변화율"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3분기말 40달러, 4분기말 42달러)를 가정해도 유가의 전년 대비 변화율 상승은 하반기 내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주와 유틸리티, 항공주 등이 시장 대응에 유리할 것으로 꼽혔다.

삼성증권은 "작년 3분기를 기점으로 시작된 유가 하락은 올 2월까지 이어졌는데 이 기간 동안 정제마진 수혜주인 정유 업종과 원가개선을 등에 업은 유틸리티 관련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졌었다"며 "유가의 하락세가 좀 더 진행된다면 이들 업종에 대한 순환매 흐름을 기대해 볼 수 있다"라고 권했다.

원화 강세와 더불어 저유가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는 국내 항공주도 주가 모멘텀(상승 동력)이 풍부하다는 평가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