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랠리 이어질 것" vs "낙관은 시기상조"

코스피가 7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지연에 따른 기대감에 한 달여 만에 2,000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에 큰 영향을 줄 오는 23일(현지시간)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등 대형 이벤트를 앞둔 상황에서 코스피가 강한 반등세를 보인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코스피가 2,000선에 무난히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렸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단숨에 25.79포인트(1.30%)나 뛰어 2,010선(2,011.63)에서 마감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발표된 5월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했던 탓에 6월 금리 인상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것이 상승의 최대 동력이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6일(현지시간) 한 강연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6월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사실상 기정사실이 됐다.

이에 따라 외국인과 기관이 공세적인 매수에 나서면서 4월 이후 부진했던 철강·금속 등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강한 반등세가 연출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철강·금속 업종은 4.80% 올라 업종 지수 가운데 가장 큰 상승률을 나타냈다.

시장 내 비중이 큰 삼성전자가 2분기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에 장중 140만원을 뛰어넘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닷새째 상승세를 이어간 것도 지수를 견인하는 요인이 됐다.

미국 금리 인상 지연 기대감에 따른 안도 심리를 감안하더라도 코스피가 이날 2,010선까지 껑충 뛰어오른 것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애초 이달 예정된 각종 글로벌 이벤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된 뒤에야 코스피가 반등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측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기 때문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노출된 악재가 있는데도 주가가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대기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경우 6월 장세는 순탄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영교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면서 최근의 시장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며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가 확정될 경우 시장 추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코스피가 2,000선에 안착할지에 대해선 아직 단언하기가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 2,000선 안착에서 중요한 요소는 외국인이 추세적인 매수세를 이어갈지 여부"라며 "외국인 매수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강한 자신감이 투영되거나 한국이 신흥시장 내에서 차별화될 매력 포인트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시기상조로 본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 초반에는 2,000선에 안착할 수 있지만 주 후반으로 갈수록 중국 수출입 지표 발표 등이 발목을 잡는 변수로 작용해 조금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대형 이벤트를 앞둔 상황에서 코스피가 2,000선을 넘은 것은 좋게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차익실현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한 대응을 권했다.

강현철 이사는 "글로벌 지표가 호전되고 미국 통화정책이 뒤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오늘 철강·화학주가 주도권을 잡은 것처럼 최근 주춤했던 소재·산업주 등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용구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이 괜찮고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싸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며 "주주친화적 정책 가속화 등으로 하방 리스크에 대한 대응도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추천주로 꼽았다.

김 연구원은 이어 "긴 호흡에서 달러의 완만한 흐름을 감안해 금 자산에 관심을 둘 필요도 있다"며 "풍산과 고려아연 같은 비철금속주, 2분기 실적 모멘텀이 뒷받침되는 화장품주도 매수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여전히 경기민감주를 추격 매수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민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 이슈가 언제든 다시 부각될 수 있고 브렉시트 등의 이벤트도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민감주가 안전하지만은 않다"며 "통신, 유틸리티 등 경기 방어주 중심으로 확대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