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수장인 리서치센터장들이 도를 넘은 상장사 기업설명회(IR) 담당자의 기업분석 간섭에 대해 한목소리로 성토하고 나섰다.

국내 3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7일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우리의 입장’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성명서에서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는 자본시장의 소중한 인프라”라며 “상장회사의 성장성 등 기업가치에 관한 의견은 시장 참가자별로 다를 수밖에 없으며 일부 리포트엔 비판적 내용이 담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기업에 비판적인 리포트를 쓴 애널리스트에게 기업 탐방을 금지하겠다고 밝히는 등 세련되지 못한 방식으로 증권사를 압박하는 IR 담당자를 겨냥한 것이다.

리서치센터장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하나투어와 교보증권의 갈등 때문이다. 교보증권 소속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하나투어의 면세점 사업이 실적 증가에 기여하기까지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히고 이 회사의 목표 주가를 20만원에서 11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보고서를 본 하나투어 IR 담당자는 분석 내용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강하게 항의했고, 아예 기업 탐방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투어가 뒤늦게 사과에 나섰지만 상장사의 ‘갑질 논란’은 여전하다.

금융투자협회는 성명서 발표 전 리서치센터장의 의견을 취합했다. 23개사가 의견을 냈으며 이 중 20개사가 성명서 형태로 리서치센터의 의견을 밝히는 데 찬성했다. 하지만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갑질 논란을 일으킨 상장사에 대한 증권업계의 대응이 성명서 한 장으로 끝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