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국제유가 폭락에 따른 불안심리 확산으로 또다시 크게 흔들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 금융시장이 국제유가 폭락에 따른 불안심리 확산으로 또다시 크게 흔들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지난 8개월 동안 매달 2조5700억원 이상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2일 전 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56조2337억 달러(한화 약 6경7930조3096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3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인 73조2668억 달러(한화 약 8경8506조2944억원)보다 17조331억 달러(한화 약 2경575조9848억원) 줄어든 수치다.

올해 들어 전 세계 시총은 8조3000억 달러(한화 약 1경26조4000억원)가 증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전 세계 시총은 6개월 동안 18조 달러(한화 약 2경1744조원)가 급감했었다.

특히 지난 8개월간 사라진 시총은 일본의 2014년 국내총생산(GDP)인 4조7795억 달러(한화 약 5773조6360억원)의 3배를 넘고, 같은 해 한국 GDP(1조4103억 달러)의 10배를 웃돈다.

이같은 주가 급락은 국제 유가가 13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각국의 부양책에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MSCI 세계지수는 지난해 5월21일 기록한 고점보다 20% 가량 낮아, 약세장 진입을 알렸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2%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7% 급락했다. 홍콩H지수의 경우 47% 폭락해 반 토막이 났고, 항셍지수도 주 막판에 급락하면서 2012년 6월 수준으로 되돌아간 상태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5% 떨어졌는데 지난주에만 약 11% 가까이 떨어져 주간 하락률로는 2008년 10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주가 폭락의 배경이 된 국제 유가는 올해 들어 20% 하락했다. 지난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배럴당 26.21달러까지 밀려났다.

증시와 유가가 폭락하자 위험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엔화와 국채, 금 등 안전자산의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주 엔화는 달러당 110.99엔까지 상승했다. 글로벌 국채금리는 자금이 몰리면서 급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주요 7개국(G7) 국가 10년물 금리 중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에 진입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1일 장중한 때 연 1.53%까지 하락해 2012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금은 매수세가 몰리면서 폭등세다. 금값은 작년 12월 저점을 기록한 뒤 지난 12일까지 18% 올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EPFR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금 펀드로 순유입된 자금은 16억 달러로 6년 만에 두 번째로 많은 주간 유입세를 보였다.

금융불안이 커지면서 신용위험을 보여주는 기업과 국가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오름세를 보이고, 공포지수인 변동성지수(VIX)도 상승폭을 넓히고 있다.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인 S&P500 VIX는 연초 이후 40% 오른 25.40을 나타냈다. 이는 금융위기가 고조된 2008년 11월 80보다는 크게 낮은 수준이나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인 9월과 같은 수준이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