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시 내수주인가…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 특징으로 자리잡았던 ‘내수주 강세·수출주 부진’ 양상이 올 들어 더욱 확연해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 수출이 급락한 것으로 나오면서 이미 적지 않게 벌어진 내수주와 수출주 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격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늘고 있다.

2일 주식시장에선 주요 수출주와 내수주의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전자(-0.60%)와 현대자동차(-2.26%) 현대모비스(-3.39%) LG화학(-1.04%) 포스코(-0.84%) LG디스플레이(-1.33%)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 수출주 대부분이 부진했다. 전날 산업통상자원부가 올 1월 수출 총액이 367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8.5% 급감했다고 발표하면서 수출주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낀 영향이 적지 않았다. 대형 수출주의 동반 부진 탓에 이날 코스피지수는 18.22포인트(0.95%) 하락한 1906.60에 마감했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통계를 보면 수출 지표가 종합주가지수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했다.

반면 이날 조정장에서도 식품업체 한성기업이 10.54% 뛰고, 지역난방공사(유틸리티·6.79%) 서울식품(식품·6.18%) 한샘(건자재·6.16%) 무학(주류·5.84%) 등 내수주로 분류되는 종목은 상승률 상위권에 대거 포진했다.

증권가에선 중국 경기 둔화와 글로벌 수요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전망에 따라 수출주 주가 부진과 내수주의 상대적 강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중국 경기 둔화로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의 주가 반등이 쉽지 않고 선진국 비중이 높은 수출주는 엔저 등 환율 부담이 크다”며 “경기 영향을 적게 받는 경기방어적 성격의 내수주에 매수세가 쏠리는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수출주와 내수주 간 밸류에이션 격차도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말 10년 만의 최대치(수출주 10배, 내수주 14.66배)까지 벌어진 수출주와 내수주의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 격차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주가 흐름도 수출주와 내수주 양극화가 심화하는 모양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유가증권시장 상장 738개 종목의 올해 주가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올 들어 20% 이상 오른 89개 종목 중 71개(79.78%)가 제약·음식료·생활용품·도소매유통 등 내수주였다. 반면 20% 이상 떨어진 32개 종목 중 18개(56.25%)가 반도체장비·조선·기계·제철 등 수출주였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