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간 대표 6번 바뀐 '막장 드라마'…현대페인트 주가 40% 곤두박질
1960년 설립한 중견기업 현대페인트의 전·현직 대표가 회사 경영권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대표 변경만 여섯 차례 이뤄졌고 이달 들어선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분쟁까지 불거졌다. 이 회사 주가는 최근 3개월 새 40% 가까이 급락했다.

◆현대페인트 경영권, 엎치락뒤치락

발단은 지난해 11월께 최대주주인 이안 전 현대페인트 대표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면서다. 이 전 대표가 보유주식 1400만주(지분율 49.94%)의 대부분을 시세조종을 통해 처분했다는 혐의가 짙어지면서 현대페인트의 경영권은 공중에 떠버렸다.

지분 구조가 불명확해지자 이사진은 서로 경영권을 갖겠다고 나섰다. 처음엔 최윤석 파안글로벌 이사(현 현대페인트 대표)가 임시 대표격인 대표 집행임원에 앉았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김준남 에이플러스상사 부사장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김 부사장은 같은 해 12월 3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며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섰다.

올 1월엔 최 대표가 반격했다. 지난 4일 현대페인트 이사회가 김준남 전 대표를 해임하고 최 대표를 다시 대표직에 앉힌 것. 최 대표는 6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해 새로운 파트너와 손을 잡았다.

경영권 싸움은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다. 김준남·김동하 전 대표는 인천지방법원에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태일 전 현대페인트 부사장은 현 경영진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김준남 전 대표는 “이사회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대표직에서 해임했다”며 “가처분 신청 결과를 확인한 뒤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광희리츠 등도 분쟁 잇따라

전·현직 경영진의 ‘막장 다툼’에 애끓는 건 임직원과 소액투자자들이다. 이 회사 매출은 2010년 450억원에서 2014년 239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국제 유가 하락세로 이득을 보는 다른 페인트업체들과 달리 5년 연속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페인트 임직원 140여명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에 경영 정상화를 위한 청원서를 제출했다. ‘전·현직 경영진을 전면 조사해달라’ ‘페인트사업에 전념하는 정상적인 투자자를 유치해달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같은 이전투구식 다툼은 주가 급락으로 투자자들에게도 큰 피해를 준다는 지적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광희리츠도 지난해부터 경영권 분쟁이 치열하다. 박광준 전 대표 측은 “김종국 현 광희리츠 대표의 회사 자금 횡령혐의가 명백한데 공시가 이뤄지지 않아 선의의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김종국 대표의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중견 가구제조업체 보루네오도 지난 25일 전 경영진이 임시지위를 정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