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전쟁] "대체자산 가격 급등…글로벌 연기금엔 위기이자 기회"
“네덜란드는 국내 4개 주요 연기금 조직과 인력을 통합해 기금 운용의 효율성과 독립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알빈 우를러만스 네덜란드공적연금(APG) 최고전략책임자(CSO·사진)는 지난해 12월 말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PG의 강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520조원을 굴리는 네덜란드 1위 연기금 운용 조직인 APG는 2008년 네덜란드의 공무원연금 조직(ABP)에서 독립하면서 건설산업연금 주택산업연금 민간연금 등 개별 직능 연금의 운용 조직을 순차적으로 통합했다. 한국으로 따지면 국민연금공단이 교직원공제회, 지방행정공제회 등의 운용 조직을 흡수 통합한 셈이다.

우를러만스 CSO는 “연금 보험료와 적립률, 중장기 자산 배분 등 제도와 전략은 개별 연기금이 결정하고 APG는 연금 운용과 징수, 지급 업무를 전담한다”며 “중장기 자산 배분 전략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컨설팅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공적기금뿐 아니라 민간기금 운용을 함께 담당하고 있어 정부가 운용에 개입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그는 덧붙였다. APG 자산 중 85%는 ABP, 15%는 나머지 연기금 자산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기금 적립률과 수익률에 문제가 생기자 공적연기금의 지배구조를 개혁했다.

우를러만스 CSO는 “세계 국부펀드와 연기금이 대체자산 투자 경쟁을 벌이면서 자산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글로벌 연기금에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진단했다. 과거 싼값에 매입한 자산을 매각해 수익을 낼 적기지만 운용의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네트워크가 좋지 못한 연기금은 ‘돈 되는 자산’ 매입에 애로를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신재생에너지처럼 지속가능한 사회를 실현할 수 있는 산업이 유망한 투자처”라고 내다봤다.

캐나다와 중동의 국부펀드 및 연기금이 주도하고 있는 운용 인력 영입 경쟁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우를러만스 CSO는 “네덜란드 연기금은 영국 및 미국계 연기금과 달리 운용 인력의 성과급 수준을 하향 안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인센티브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하는 부작용을 막으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