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은 망망대해에서 큰 파도에 휩쓸려 떠다니는 ‘일엽편주(一葉片舟)’ 신세일까. 개장 전엔 미국 뉴욕증시 급락 여파 영향으로 코스피지수 1890선이 무너지는 급락세로 출발했다. 중국 증시가 문을 연 이후엔 중국 주식시장 흐름에 연동돼 널뛰기를 반복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미국 금리인상이라는 불확실성에 고전해오던 증시가 연초 중국 증시 급락이란 대형 악재에 봉착하면서 대외변수 의존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이리 휩쓸 저리 휩쓸…'일엽편주(一葉片舟) 한국 증시'
◆‘中바라기’ 한국 증시

8일 코스피지수는 13.29포인트(0.70%) 오른 1917.62에 마감했다. 3거래일 만에 상승 반전했지만 줄곧 살얼음판을 걷는 모습이었다. 출발은 부진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가 2.32% 급락하며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영향으로 개장 초부터 ‘심리적 지지선’인 코스피지수 1900선이 무너졌다. 중국 증시가 개장하면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오전 9시52분엔 1883.82까지 밀렸다.

하지만 오전 10시30분께 중국 상하이증시가 2%대 넘는 강세로 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코스피지수가 순식간에 1910.44까지 올라 저점 대비 26포인트 넘게 뛰었다. 이어 중국 증시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자 코스피지수도 20여분 만에 1900선이 재붕괴되는 등 판박이처럼 중국 증시를 따라다녔다. 눈치 보기를 계속하던 장은 오후 들어 중국 주식시장 반등세가 확실해진 뒤에야 안정적인 상승세로 돌아섰다. 코스닥지수도 줄곧 약세를 보이다 중국 증시와 코스피지수가 반등한 것을 확인하고 뒤늦게 2.90포인트(0.43%) 오른 682.56을 기록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개별 기업의 실적 같은 내부 요인은 시장에 영향력이 거의 없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초 중국시장 급락 공포가 워낙 컸던 탓에 한국 주식시장이 중국시장 움직임에 실시간으로 휘둘리는 모습을 보였다”며 “심리적 공포가 장을 조정하는 상황에서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나 저항선 같은 각종 기술적 지표가 의미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중국 발작’ 잦아질 듯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한국 주식시장이 ‘외풍’에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 자주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경제 및 증시가 글로벌 경기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한국 주식시장의 자금 수급이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상하이거래소와 선전거래소는 주식 거래량과 거래대금에서 압도적으로 세계 1, 2위를 차지했다”며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지다 보니 증시 불안 여파도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증폭됐다”고 말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원화가 평가절하한 위안화와 동조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수출주들이 중국 경기둔화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불안감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54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장세 불안을 돌파할 주도주가 보이지 않는 점도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형 종목 중 뚜렷한 주도주가 있다면 주식시장이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데 대형주와 중소형주가 모두 각개격파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