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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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지나간 자리...시장 아닌 종목 봐야

이채원 "지배구조 개편·주주친화 강화 기업 주목"
허남권 "가격 매력 돋보이고 배당 높은 기업 관심"


미국이 7년간의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하면서 국내 증시도 새로운 도전을 맞게 됐다.

저금리에 기대 다소나마 한파를 견디던 증시는 이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와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할 상황에 놓였다. 달러 자금 유출 등 자본의 이동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혼돈의 시기, 국내 증시를 움직이는 최고 고수(CIO)들은 "앞으로는 시장 전체가 아닌 개별 종목을 위주로 봐야 한다"며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로 회귀하라"고 입을 모았다.

17일 '한국의 워렌버핏'으로 불리는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금리 인상은 단기 수급 면에서는 악재가 될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으로 읽혀져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부사장은 그러나 금리 인상에 따른 단기적인 증시 영향보다는 이 이벤트가 가져올 전반적인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했다.

그동안 저금리에 기대 고(高) 멀티플을 정당화해온 일부 고성장 기업 모멘텀은 한 풀 꺾이는 대신 이제부터는 저평가 된 가치주가 인정받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저금리 기조 속에 성장에 대한 목마름으로 몸값이 오른 비싼 주식은 주가가 하락하고, 오히려 시장보다 싸게 취급받은 주식은 올라갈 것"이라며 "금리가 오르면서 주식에 끼어있던 거품도 빠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시기에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건 결국 기업 펀더멘털이라며 저평가 된 '질' 좋은 기업을 골라내라고 조언했다.

그는 "대기업 중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있거나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는 곳을 우선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또 구조조정 스토리를 가진 곳도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단 이런 기업들 중에서도 자산가치가 높고 현금 흐름이 좋은 곳, 즉 체력이 충분히 뒷받침되는 기업을 골라야 한다는 게 이 부사장의 설명이다.

'가치투자 원조'로 꼽히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도 시장이 아닌 좋은 스토리를 가진 개별 기업을 위주로 봐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했지만, 어디를 둘러봐도 호재는 보이지 않는다"며 "금리 인상 이후에도 국내 증시가 상승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특히 경기 불황에 대한 기업 위기감이 크고 12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중국 상황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설명이다.

허 부사장은 "시장만 놓고보면 내년까지도 특별한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며 "하지만 개별 종목 중에서는 여전히 값싸고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업종이나 종목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가격 메리트가 있거나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을 중점적으로 찾아 보라고 그는 조언했다.

'주식형펀드 운용 대가'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 대표는 "미국 금리 인상은 오래 전부터 시장이 예상해 왔던 일"이라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미미하고 앞으로는 기본적인 펀더멘탈인 실적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금리가 올랐다고 해서 특별하게 투자 전략을 바꿀 필요는 없다"면서도 "매크로적인 변수는 예상하기 어려운만큼 결국 투자는 기업 실적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유가 하락과 환율 흐름은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유가로 대표되는 원자재주 하락이 어느 수준에서 멈추고,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며 "환율 움직임도 급격한 편이어서 투자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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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