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량 소각으로 지배구조 강화 활용 의구심도 불식

삼성전자가 29일 11조원대의 자사주 매입·소각이라는 '통 큰' 주주 친화 정책을 내놓으며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인 중 하나였던 주주친화적 정책으로의 변화가 가시화됐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특히 삼성전자가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자사주를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의구심도 일부 해소했다는 평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만7천원(1.30%) 오른 132만5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6.42%까지 급등했지만 기관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이미 삼성전자의 주가는 주주친화정책 발표에 대한 기대감에 전날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여왔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실적 확정 발표 이후 콘퍼런스콜에서 11조3천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매입한 주식은 전량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3년간 프리캐시플로(Free Cash Flow·순현금수지)의 30∼50%를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주주 환원에 활용하고 내년부터는 분기 배당 제도의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도 함께 발표됐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배당 성향의 확대 정도만 기대해온 시장 기대를 크게 웃도는 적극적인 환원책"이라며 "특히 분기배당제 등은 대표적인 선진국형 배당 모델로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우선주 매입 비중을 높이면 글로벌 기업 대비 우리 시장 대표 종목의 우선주가 저평가됐던 부분이 완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애플이나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비해 배당성향 등 주주친화 정책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따라서 이번 발표로 주주가치 제고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삼성증권과 삼성화재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가 잇따라 대규모 자사주 매입 소식을 내놓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공방이 벌어진 뒤 삼성그룹이 본격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 전부터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오늘 그 부분이 현실화됐다"며 "향후 5∼6년간 이런 식의 정책이 구체화되면 주가에 계속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사주를 이용해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일부 불식시키는 데도 일조했다는 평가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정책에 대해 의심을 많이 했는데 이번 자사주 매입·소각 발표는 진짜 주주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해준 계기가 됐다"며 "이 부분이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장 전반에 걸쳐 훈풍이 길게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제기된다.

당장 '삼성전자의 효과'로 장 초반 2,060선을 가뿐히 뛰어넘었던 코스피가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자 도로 2,030선으로 밀려난 것이 단적인 예다.

이미 포스코가 그룹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과 분기배당제를 도입한다고 밝히는 등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이미 주주친화 정책을 내놨다는 점도 시장 전반으로 분위기가 확산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좋은 이슈인 것은 분명하지만 시장의 수급이나 실적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며 "삼성전자와 몇몇 배당 정책을 발표한 종목만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이어 "분위기는 긍정적이지만 당장 시장의 흐름을 바꿀만한 이슈는 아니다"라며 "실적이 더 좋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되는데 4분기와 내년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삼성전자가 혼자 시장을 이끌고 가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임수정 성서호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