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둔 주식시장은 잔뜩 움츠린 모습이었지만 중국 관련주들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중국 황금 연휴(중추절 26~27일, 국경절 10월1~7일)를 앞두고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수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관련주 주가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잠든 시장·꿈틀거린 중국株

2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46포인트(0.13%) 상승한 1947.10으로 마감했다. 장중 최고치와 최저치 간 차이가 14.42포인트에 불과할 정도로 개장 이후 큰 변화가 없었다. 오후장 들어선 변동폭이 줄곧 5포인트 이내에 머물렀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86.18%(761개 종목)가 주가변동폭이 3% 미만이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시장이 숨을 죽였지만 중국 소비 관련주들의 움직임은 예외였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중국인 월별 입국자 수 감소폭이 6월 45%, 7월 63%, 8월 32%로 줄었고, 9월 둘째주부터 중국인 입국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중국의 황금 연휴를 앞두고 ‘요우커 특수’ 기대가 되살아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동필 흥국증권 투자전략담당 이사는 “중국뿐 아니라 홍콩, 일본 등 아시아권 관광객의 한국 방문도 늘어날 조짐”이라며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주요 소비주의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요우커주만 명절 분위기!
가장 강하게 반응한 종목은 화장품주였다. 이달 초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 3개 직영매장을 열고 중국 전역 2000여개 ‘왓슨스(드럭스토어)’ 매장에 입점하는 등 현지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한 토니모리는 13.9% 뛰었다. 한국화장품이 10.8% 급등한 것을 비롯해 코스맥스(5.1%), 에이블씨엔씨(2.53%), LG생활건강(2.52%), 한국콜마(2.29%), 아모레퍼시픽(1.48%) 등이 일제히 상승했다.

중국 관광객들의 인기 구매상품으로 알려진 ‘밥솥주’ 열기도 뜨거웠다. 쿠쿠전자가 3.85% 상승한 27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쿠첸은 5.99%, PN풍년은 3.38% 올랐다. 김혜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요우커 방문객 수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쿠쿠전자 등 밥솥제품의 면세점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쿠쿠전자의 올 3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19.3% 늘어난 1720억원, 영업이익은 46.8% 급증한 25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성장성’ 꼼꼼히 따져야

한편에선 일부 중국 관련 종목에 대한 ‘과열’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입국자 수와 실적 개선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할 만한 수준인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날 단기 급등에 따라 거래 정지됐던 쌍방울은 이날 거래가 재개된 뒤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쌍방울은 최근 중국 기업과 합작, 제주도에 대규모 휴양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 뒤 주가가 연일 이상급등하고 있다.

전통적인 요우커 수혜주 가운데 반응이 미지근한 종목도 있다. 카지노주인 파라다이스가 0.88%, GKL은 0.44% 상승하는데 그쳤다. 숙박·면세점주인 호텔신라는 0.87%, 의료관광 수혜주로 기대를 모았던 메디톡스는 0.87% 소폭 올랐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요우커 입국자 수가 메르스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더라도 관련 종목들의 실적이 추가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며 “주요 중국 관련주의 실적변동 가능성을 유심히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