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펀드ㆍ채권 팔고 선진국 주식 확대하라.’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1월부터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이후 재테크 전문가들이 내놓은 조언이다.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빠져나와 미국 등으로 흘러가면서 선진국 증시를 더욱 견인할 것이란 점에서다.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는 만큼 채권형펀드에 대한 투자 매력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 가장 유망한 재테크 상품으로 선진국 주식형펀드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은 “큰 흐름은 채권 등 안전자산에서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흘러간다는 점”이라며 “미국 경기회복이 본격화하는데다 유럽 역시 추가 부양에 나설 수 있어 선진국 주식형펀드가 유망하다”고 했다. 김희주 KDB대우증권 상품개발실장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증시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신흥국과의 차별화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형펀드도 투자 대안으로 꼽혔다. 최철식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 수석웰스매니저는 “국내 주식형펀드가 비과세되기 때문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라면 코스피지수가 빠질 때마다 꾸준히 비중을 늘리는 전략도 괜찮다”며 “다만 당분간 국내 증시의 등락이 커질 수 있어 롱쇼트펀드 등 중위험·중수익형 상품으로 피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대신 신흥국펀드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 매니저는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 등 신흥국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가 나고 있고 글로벌 자금이 이탈할 수 있어 투자를 권유하기 어렵다”고 했다.

채권형펀드에 대한 매력은 더욱 줄어들게 됐다.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특히 신흥국 국공채펀드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신흥국 채권펀드는 올 들어 평균 6% 넘게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문승현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올여름 신흥국 통화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채권값이 급락했는데 앞으로 수익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상승기에 유리한 상품으로 알려진 시니어론펀드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 부장은 “장기 금리가 아닌 단기 금리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어 좋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가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했다.

대신 미국 증시에 상장된 채권 관련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는 활용할 만하다는 조언이다. 인버스 상품은 지수가 거꾸로 움직일 때 수익을 내는 구조다. 현재 연 2.8% 선인 미국 10년물 국고채 수익률이 3.5%까지 상승하면 채권인버스 ETF에 투자해 연 5~6%의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조재길/안상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