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국회에서 "금산분리 강화하자" 목소리 커져
보험사 의결권 제한·2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논의 본격화 전망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금산분리를 외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간 칸막이를 높이고, 증권사와 카드사 등 2금융권에 대해서도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것이다.

삼성그룹과 롯데그룹 등 금융회사를 많이 보유한 대기업들은 국정감사가 끝난 뒤 금산분리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제2 동양 사태 막자"…금산분리 강화 주장 거세
금산분리 강화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중 하나다.

대기업이 고객자금을 지배력 확장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2금융권의 부실사태를 막자는 취지다.

금산분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여야의 구분이 별로 없다.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이 대기업 금융·보험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냈으며, 같은 당의 김상민 의원은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의 김기식 의원, 김기준 의원, 이종걸 의원은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정안을 각각 냈다.

상반기까지는 금산분리 강화 목소리가 강해 일단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9%에서 4%로 줄이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은 6월 국회를 통과했다.

2009년 은행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4%에서 9%로 늘렸다가 4년 만에 원위치시킨 것이다.

이후 경제민주화보다는 경제살리기에 힘이 실리는 듯한 분위기로 인해 재계의 투자 의욕을 억누르는 금산분리 논의는 수면아래로 들어간 듯했다.

그러나 동양그룹 사태는 금산분리 강화를 다시 '뜨거운 감자'로 만들었다.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금산분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동양증권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개인금고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쏟아졌고 이는 금산분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도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 재벌총수가 금융 계열사를 사금고화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금산분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 재계, 투자위축 초래 우려
재계는 국정감사가 끝난 뒤에는 본격적인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는 금산분리를 강화하기 위해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들이 통과되면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동양그룹 사태'라는 악재로 인해 지금은 크게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국회 계류중인 금산분리 관련 법률안은 대기업 금융·보험사의 의결권을 제한, 제2금융권 금융회사의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 의무화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금융·보험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은 강석훈 의원이 발의했다.

지금은 금융·보험사가 특수관계인과 합쳐 15%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개정안은 특수관계인과 합산해 15%까지 행사하는 것은 유지하되 금융·보험사의 지분은 5%까지만 의결권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보험사의 의결권이 줄어들어 해당 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고, 의결권 행사 지분율 감소분을 다른 계열사를 통해 사게 되면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재계는 적대적 M&A 가능성이 커지고 신규투자 여력은 줄어든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경우 지금은 은행과 저축은행에 대해서만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김기식 의원 등이 낸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정안은 보험사나 카드사 등을 포함한 모든 금융회사의 대주주에 대해 적격성을 심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대주주 자격 심사결과 결격사유가 발생하면 6개월 이내에 개선명령을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주식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2금융사를 많이 보유한 삼성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동부그룹 등이 영향을 받게 된다.

국정과제의 하나인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도 금산분리 강화의 일환이다.

지금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금지하고 있지만, 김상민 의원이 낸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일정요건을 충족하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경우 금융-비금융사간 출자고리가 단절돼 대기업 집단 내 금산분리가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이 같은 내용의 법률안들은 국감이 끝난 뒤 다음 달부터 본격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6월이후 잠잠했던 금산분리 논의에 다시 불이 붙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국회의 논의 결과에 따라 투자의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황 등으로 인해 위축된 투자 심리를 더 억누를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여야간 이견이 없는 내용은 이번 국회에서 법률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재계는 우려되는 부작용에 대해 적극 설명하고 설득해 투자위축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