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피하자" 계열사 합병 늘 듯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가 주식 시장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해당 기업 실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면 일감을 주고받는 상장 기업들이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해 인수·합병(M&A)에 나서고 과징금 납부를 위해 배당을 늘릴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주회사 설립에 필요한 활발한 지분이동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쟁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했다.

상호출자 제한 대기업 집단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이미 관련 기업 간 M&A로 이어지고 있다. SK C&C가 지난달 22일 자동차매매 자회사 엔카네트워크를 흡수합병(합병기일 내달 31일)한다고 공시한 것이 첫 사례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정보기술(IT) 외 사업부문 확대와 해외사업 본격화라는 목적도 있으나 내부거래 비중을 낮출 수 있어서다. 증권업계에선 두 회사의 합병으로 SK C&C의 계열사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작년 64.1%에서 올해 45.0%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100% 자회사여서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합병승인 주주총회 등의 절차 없이 빨리 추진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업으로선 당장 계열사 물량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M&A를 통해 내부 거래비중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김동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너투자기업의 경우 상당수가 계열사 간 거래를 하지 않으면 기업 존립 자체가 어렵다”며 “외부 거래처를 찾아 매출을 늘리는 것보다 M&A를 선택하는 게 빠른 문제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편으론 해당 기업들이 내부거래 비중을 가능한 수준까지 줄이는 과정에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업종과 업체를 따져 투자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동시에 높은 계열사들은 주로 시스템통합(SI) 건설업 광고업 물류업 등에 몰려 있다. 이들 기업 중 상장기업은 SK C&C, 현대글로비스, GS, 코오롱 등으로 많지 않지만 경쟁 상장사들은 수주 확대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일감을 받던 기업의 지배주주들이 앞으로 증여세, 과징금 등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배당이 크게 늘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주회사 설립이 늘어나 지분 이동이 활발해질 수 있는 점도 이목을 끈다. 오는 7월부터 최대주주 관계인이 지분 3% 이상 보유하고 내부매출 비중이 30%가 넘는 기업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된다. 그런데 상속·증여세법에선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일감을 받는 경우 자회사 손자회사 및 증손회사는 최대주주와의 특수관계에서 제외해주는 특례조항이 있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자연스럽게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지주회사 설립과 지분이동 증가에서 투자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