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의 화두로 ‘한류’가 확고히 뿌리내리고 있다. 증권사들은 ‘2012년은 디지털 한류의 원년’이라거나 ‘신한류를 타고 관련주가 비상할 것’이란 자극적인 제목의 리포트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과연 한류가 침체된 증시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부침이 있을 수 있지만 추세적으로 한류 수혜주들의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엔터주 영광 계속될까

에스엠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엔터주는 올 하반기 코스닥 시장의 ‘견인차’다. 에스엠은 올들어 36.2%, 지난달에만 16.6% 상승했다. 소속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올해 70.8%, 지난달 23.3%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뜨거운 한류 열풍 덕에 업종 실적호조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에스엠의 2분기 영업이익은 1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6.2% 급증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도 41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5.1% 늘었다. 증권사들은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올해 실적이 사상 최고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공략에 나섰던 한국 연예산업이 동남아, 유럽, 미국, 브라질 등으로 성공적으로 확대되는 점이 기대를 키우고 있다. 2009사업연도에 210억원 규모였던 연예기획 3사의 해외 수출액은 지난해 786억원을 돌파했다. 수출 비중도 19.5%에서 41.2%까지 치솟았다. 진홍국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한류가 아시아 시장을 넘어 서구 선진국 시장까지 뚫고 있다는 기대감 덕에 엔터주 벨류에이션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한·일관계 등 변수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상승세는 연내에는 꾸준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日진출 기대 모바일 게임주

모바일 게임주들은 일본시장 기대감에 게임주의 대세를 장악했다. 시장 규모가 한국의 10배인 4조원이 넘는 일본 진출에 성공할 경우, 매출과 수익이 비약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큰 영향을 미쳤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컴투스와 게임빌 등 모바일 게임업체들이 일본 시장 공략에 성공할 경우, 시가총액이 현재의 2배 수준인 1조원을 향해갈 수 있다”며 “일본 시장에서 국내 업체에 대항할 만한 고품질의 서비스를 내놓을 업체가 별로 없는 것이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이달 중 출범할 것으로 보이는 NHN의 플랫폼 ‘라인’의 게임 서비스 성공여부가 모바일 게임주의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 모바일 게임 업체들은 라인에 입점할 경우, 5000만명 이상의 잠재적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라인은 전체 가입자의 90%이상이 해외 이용자며 해외이용자의 46%가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다. 라인 수혜주로 분류되는 컴투스는 올들어 172.1%, 8월 49.0%나 상승했다. 지난달 게임빌(26.7%),위메이드(8.0%)도 동반 급등한 상황이다. 이미 많이 올랐다는 경계심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승 모멘텀 쪽에 힘이 더 실리는 분위기다.

중국 게임시장도 한류덕을 보고 있다. 와우넷 전문가 김우신대표는 “액토즈소프트 주가가 최근 한류와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 확대 기대감에 8월에만 40% 넘게 올랐다”며 “중국 샨다의 게임플랫폼을 이용해 모바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주가 상승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류스타 ‘약발’…화장품·의류주


화장품주도 한류 열풍에 힘입어 약진하고 있다. 화장품 업체들이 경기 영향을 덜 받는데다 해외시장 진출 모멘텀 등이 있기 때문이다. 양지혜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에이블씨엔씨가 지난달 23.4%오르고 아모레퍼시픽(15.3%), 아모레G(17.1%), LG생활건강(3.6%) 등 브랜드숍 업체들이 강세를 보인 것은 한류스타를 모델로 사용하거나 해외비중을 늘렸기 때문으로 분류된다”고 분석했다. 중국 현지 브랜드들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인 코스맥스(37.2%)와 한국콜마(23.8%)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와우넷 전문가인 이세영 대표는 “화장품은 처음에는 명동과 면세점 제품부터 동나더니 최근에는 아예 중국 수출마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며 “중국 명절인 중추절을 앞두고 또한번 매출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경기에 민감한 의류주들도 해외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경우 한류특수로 방긋 웃고 있다. 지난달 28.5% 오른 베이직하우스는 중국 법인의 선전으로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60% 증가했다. 중국법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28%나 늘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의류 업체들이 한국업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마케팅을 중국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4분기~1분기가 의류업계 성수기인 만큼 상승 모멘텀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