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 판다] 태양광·건설 살리려…윤석금 회장, 年 1兆  '캐시카우' 잘라낸다
웅진그룹이 건설, 저축은행, 태양광 등 2~3년 내 인수·합병(M&A)한 사업이 모두 업황 부진의 늪에 빠지는 바람에 결국 핵심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시장에 내놓는 극약처방을 내놨다. 미래사업을 위해 당장의 효자사업을 처분하는 승부수를 둔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조차 ‘상상 외의 매물이 나왔다’며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웅진그룹이 최근 차입을 크게 늘리는 등 자금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핵심 계열사를 팔 정도로 어려웠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반응이다. 매각 작업이 워낙 극비리에 진행된 탓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과 극소수 간부를 제외한 지주회사(웅진홀딩스), 15개 계열사의 임직원 대부분도 이날 사업구조 혁신안 발표 직후 큰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시장의 관심은 △웅진그룹이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몰렸는지 △창업자인 윤 회장이 던진 승부수는 성공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무리한 투자가 발목

[웅진코웨이 판다] 태양광·건설 살리려…윤석금 회장, 年 1兆  '캐시카우' 잘라낸다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 매각이라는 강수를 둔 데는 최근 계열사들의 경영 리스크가 그룹 전체를 위협할 정도로 커졌다는 판단에 따른 고육책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극동건설, 서울상호저축은행 인수 후 그룹의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는 2007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극동건설을 6600억원에 인수했고, 2010년에는 웅진캐피탈을 통해 총 1100억원에 서울저축은행과 늘푸른저축은행을 사들였다.

극동건설 인수 후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이들 계열사는 ‘밑빠진 독’이 됐다. 극동건설엔 윤 회장의 사재와 계열사들의 지급보증액,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포함해 총 9000여억원이 지원됐다. 웅진홀딩스는 극동건설 인수 과정에서 7400억원을 차입했고, 3분기 말 현재 건설사업 관련 지급보증 금액은 3300억원에 이른다.

서울저축은행도 부실덩어리로 전락했다. 2010년 회계연도(2011년 6월 기준)까지 2년 연속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고 지난 1분기(2011년 7~9월)에도 2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서울저축은행의 부실로 웅진캐피탈의 부채도 증가했다. 2010년 75억원이던 부채는 이듬해 1조4929억원으로 치솟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웅진그룹이 핵심 전략 사업으로 육성하는 태양광 분야도 업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 등 태양광 관련 계열사들에 1조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실적 개선까지는 요원한 상황이다.

◆건설 에너지 업황개선이 관건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면 다른 계열사들은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자금난 해소를 위해서는 팔릴 수 있는 기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외환위기 때인 1998년에도 그룹 내 알짜기업인 코리아나화장품을 매각해 다른 그룹 계열사들이 재활의 기반을 다졌다”고 설명했다. 웅진코웨이 매각만 제대로 된다면 1980년 7명의 직원과 자본금 7000만원으로 시작해 30여년 만에 15개 계열사, 매출 6조원대의 30대 그룹으로 키운 도전의 역사를 다시 한번 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러나 강성부 동양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웅진홀딩스가 극동건설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두 회사가 한 몸처럼 돼버리면서 결국 비핵심 계열사를 놔두고 핵심 계열사를 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며 “건설이나 태양광사업 등에서 전반적으로 업황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이번 사업구조조정안의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웅진코웨이를 누가 인수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수기·수처리 사업에 뛰어든 LG전자를 비롯 SK텔레콤 KT&G 등을 인수전에 뛰어들 유력후보로 꼽고 있다. SK텔레콤은 2년 전 방문판매사업 진출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운영한 적이 있고 KT&G도 웅진코웨이의 막강한 방문판매 조직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모펀드 등도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수진/윤아영/조재길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