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체들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이닉스LG디스플레이가 하향조정된 시장예상치에 부합하거나 그에 못 미치는 2분기 실적들을 내놓은 가운데 하반기에도 실적이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2일 증권사들은 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의 목표주가를 대부분 하향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3만9000원에서 3만7000원으로, 삼성증권 기존 4만원에서 3만7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대우증권은 지난 6일 목표주가를 4만5000원에서 3만4000원으로 하향조정한데 이어 3만2000원으로 추가 하향조정했다.

LG디스플레이의 목표주가도 잇따라 내려갔다. 하나대투증권은 LG디스플레이의 목표주가를 기존 4만4000원에서 3만7000원으로, 교보증권도 기존 4만7000원에서 3만7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대우증권도 목표주가를 3만7000원으로 23% 내려잡았다.

이같은 목표가 줄하향은 실적부진이 확인된 상황에서 하반기 전망마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영업손실이 483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3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상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시장의 LCD(액정표시장치) TV에 대한 최종 수요 부진으로 인한 업황 부진이 이어졌다"며 "영업손실을 기록, 전분기 대비 적자폭을 축소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평했다.

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도 부진했다. 하이닉스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46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분기 영업이익 가운데 램버스 관련 소송 환입금(1500억~1800억 추정)을 제외하면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환입금을 제외한 2분기 영업이익 평균 추청치는 약 2770억원으로 앞서 하향조정된 전망치인 2920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가근 하나대투증권연구원은 "반도체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가격 급락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라며 "30나노 공정 전환에 따른 생산량 증가세가 둔화된 것도 2분기 실적 부진의 다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 모두 3분기에도 주력 제품의 판매 부진 때문에 빠른 실적개선을 이루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반도체 D램 가격은 7월 중 하락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월별 실적도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성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7월에 '깊은 골'을 형성하며 저점을 통과할 것"이라며 "3분기 영업이익은 1030억원으로 축소돼 실적저점을 지날것"이라고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의 패널 판매가격 역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최지수 교보증권 연구원은 "7월부터는 (그동안) 잠시 주춤했던 판가 하락 움직임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3분기에도 패널업체들의 실적 개선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 주가는 이미 악재를 모두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가근 연구원은 하이닉스에 대해 "기대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실적개선에 대한) 가시성이 확보되는 시점은 8월 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오철 하이닉스 대표이사는 전날 2분기 실적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주가는 펀더멘탈(내재가치)보다 업황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결과"라며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다. 펀더멘탈과 미래 방향성을 길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이어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주주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며 "그러나 길게 보고 새로운 모바일 시대에 늘어나는 메모리 수요를 인내심을 갖고 봐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도 주가가 충분히 낮아졌다는 진단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에 대해 "3분기에 대한 보수적인 전망으로 시장 기대치는 낮아진 상황"이라며 "오히려 분기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