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빠른 속도로 내려가면서 지난 10월 예산안을 제출할 당시 적용한 외화예산의 기준환율을 변경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달러당 1,230원을 기준환율로 적용해 내년 외화예산을 짜둔 상태다.

외국환평형기금을 제외한 외화표시 예산은 총 42억8천520만 달러로,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5조2천707억9천400만 원이다.

하지만 예산안을 제출한 이후에도 글로벌 달러 약세의 영향을 받아 환율이 계속 떨어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당장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의 기준환율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조정을 요구받았다.

실제로 지난 6일 환율은 달러당 1,153.30원으로 정부 예산안 제출시점보다 80원 가까이 더 떨어진 상태이며, 추가 인하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지난달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예산안 편성기준으로 반영된 환율이 최근 환율 추이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뒤 국회 예결위 심의시 기준환율을 적정하게 조정할 것을 부대의견으로 달았다.

국회 예결위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 정부가 적용한 기준환율이 다른 기관의 전망치보다 높게 책정돼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환율을 국내 민간연구소의 평균치(1,141원)로 적용하면 3천720억 원, 국외 주요기관의 평균 전망치(1,083원)을 적용했을 경우 6천145억 원의 예산을 각각 절감할 수 있다.

반면 예결위는 정부가 예산 편성 때 적용한 기준유가 63달러의 경우 주요기관의 전망치보다 매우 낮게 책정됐다며 상향조정 필요성을 지적했다.

정부는 기준환율이 현재 환율 수준과 격차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기준환율 자체를 변경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론에 가깝다.

기준환율은 통상 예산 편성 전 3~6개월 환율의 평균치를 사용해 왔는데 내년 기준환율도 정부가 현실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결과라는 것.
일례로 환율 변동폭이 큰 시점이던 작년 12월 수정예산 제출 때와 올해 4월 추가경정예산 제출 때는 제출 전 6개월의 평균치를 사용했지만 내년 예산안에서는 환율 하락 추세를 반영해 2개월(7월25일~9월25일) 간 평균치만 적용했다는 것.
또 기준환율을 변경할 경우 환율을 전망하지 않는 정부가 마치 목표환율을 설정한 것 같은 오해를 시장에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세출 예산은 물론 세입 예산까지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론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8일 "전례가 별로 없는 일이어서 아무래도 정부는 원안대로 갔으면 하는 생각이 우선"이라며 "다만 실제 환율과 차이가 적지 않아 국회 심의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한 뒤 조정이 필요하다면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