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에서도 보인다는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 '팜 아일랜드'로 유명한 두바이 국영 개발사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선언했다는 소식에 국내 건설주가 일제히 동반 하락세다.

그간 대규모 해외 플랜트 수주를 기반으로 건설주의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여서 심리적 충격 또한 크다는 지적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실제 국내 건설주의 실적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26일 오전 10시 10분 현재 삼성물산(-2.87%) 현대산업(-2.63%) 현대건설(-2.62%) GS건설(-2.11%)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건설주가 약세다. 중동에 사업이 집중된 성원건설은 8% 가까이 급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종 지수는 전날보다 4.37포인트(1.87%) 내린 229.66을 기록하며 전 업종 지수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바이 정부는 전일 두바이월드와 그 자회사 나킬의 채권을 내년 5월말까지 6개월간 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두바이월드의 채무는 600억달러 규모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물산이 작년말 나킬로부터 초대형 복합단지 건설공사인 '팜 주메이라 빌리지센터'를 10억8000만달러(1조3800억원)에 단독 수주한 바 있다.

성원건설과 신성건설 등 일부 중소형 건설사들도 두바이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나, 현재는 주택사업 대부분을 철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백재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두바이의 건설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며 "이번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경기 악화가 가시화 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백 연구원은 "한국 건설사들이 두바이월드와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은 삼성물산 정도"라며 "삼성물산의 경우 4300억원의 교량공사를 수주했는데 이 가운데 2300억원 정도가 매출에 지연 반영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 정도 규모는 삼성물산의 전체 매출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다른 건설주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근 현대증권 연구원도 "몇몇 두바이진출 건축 및 개발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한국 업체들이 많이 참여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영회사 ADNOC의 플랜트 공사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현대건설 등 중동에서 잇따라 대형 플랜트 수주를 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에 긍정적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