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지수를 흔들고 있는 주범은 프로그램매매다. 선물 매매가 프로그램 매수 · 매도를 불러 현물가격을 흔드는 '왝 더 독'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등 글로벌 경기회복 우려로 국내 증시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지난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수급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프로그램매매에 따라 코스피지수가 연일 오르락내리락하며 크게 출렁이고 있다.

과거 경험상 연말 프로그램매매는 매수 우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파워'와 맞먹는 왕개미가 출현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 요인이 발생하면서 증시를 흔들고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연말 배당이익률 개선 등으로 볼때 이 같은 프로그램매매에 따른 현물시장 변동성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오는 12일인 옵션 만기일도 변동성 확대나 축소 여부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9일 코스피지수는 지난주말 미국 다우지수 상승과 외국인 순매수 기대감 등으로 매수세가 선별적으로 유입되면서 전 거래일보다 5.46포인트(0.35%) 오른 1577.92로 출발했다.

이후 대형주 위주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 강도가 커지면서 상승 폭을 확대하며 1690선 회복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오전 10시40분 현재 코스피200 지수선물 시장에서 개인이 4000계약 순매수하며 현선물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콘탱고로 전환, 991억원의 차익 매수물량이 유입되며 전체적으로 프로그램매매는 1337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와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프로그램매매는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기준으로 프로그램 순차익잔고(매수차익잔고 - 매도차익잔고)는 2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과거 2000년 이후 프로그램 순차익잔고 흐름을 살펴 보면 2006년 6월과 2007년 8월에 각각 -1.6조 원과 -1조원 선까지 하락했던 경험이 있다.

시장베이시스의 백워데이션 상황이 이어진다면 프로그램 매물 출회가 연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한 순차익잔고가 추가적으로 감소할 지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시장이 우려하는 것처럼 순차익잔고의 마이너스 흐름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그 근거로 배당수익률 개선 조짐을 들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국내 증시의 배당 수익률 추이를 살펴 보면 현재 배당수익률은 1.04% 수준으로 역사적인 바닥권 수준에 가까워 지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배당 수익률의 향후 개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한다는 것.

배당수익률 개선 시 프로그램 순차익잔고가 저점을 형성했던 경험을 감안한다면 프로그램 매물은 지속되는 단계에 있기 보다 마무리 단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다만 인덱스펀드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공모형펀드의 거래세 부과로 인해 차익거래펀드의 설정액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그램매매를 통해 주식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체는 인덱스펀드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덱스펀드의 주식편입비가 국내 주식형펀드의 소득공제혜택이 주어지는 마지노선인 60%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는 것.

최창규 애널리스트는 "불행히도 올해 연말배당수익률 역시 0.4%포인트 가량 낮게 전망되고 있어 인덱스펀드의 선물 갈아타기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12월 동시만기라는 마지막 변수가 남아있긴 하지만 현재의 조건들을 종합해 보면 인덱스펀드의 연말 움직임은 과거보다 강도가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왝 더 독' 장세가 완화되기 위해서는 현물시장의 추세가 형성되어야 하지만 현재 국면은 예측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