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주식투자 실패는 '비싸게 산 것'에서 시작되는 겁니다. '이 기업이 성장성이 있을 것 같아서' '호재가 있을 것 같아서' 비싸게 산 사람들은 리스크를 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싼 주식을 사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됩니다. 그것이 바로 가치투자의 핵심입니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33·사진)는 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경닷컴> 창립 10주년 기념 '2009 한경 가치투자 대강연회'에서 "15년간 가치투자를 해오면서 가치투자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며 가치투자에 대한 노하우를 강연을 통해 풀어놨다.

그가 말하는 가치투자는 '성장투자'와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은 아니다.

가치투자자 역시 '성장하는 종목'을 좋아한다. 하지만 가치투자자가 생각하는 성장의 개념은 다른 투자자와 다르다.

최 대표는 "일반적인 투자자들은 성장주를 꼽을 때 산업의 미래 성장을 본다"며 "태양광이나 LED(발광다이오드)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산업에 속해 있는 종목을 산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치투자자는 산업보다는 종목 자체의 성장을 본다는 설명이다.

속해 있는 업종이 성장하지 않아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경쟁자의 몰락이 한 예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의 롯데칠성을 대표적인 종목으로 밝혔다.

음료수시장은 성장이 크지 않다. 하지만 2000년부터 롯데칠성 주가는 무섭게 성장해 100만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외환위기 당시 경쟁자였던 해태의 부도 덕분에 롯데칠성이 치고 올라갔던 것이다.
최 대표는 또 "가격 인상에 대한 성장도 가능하다"며 KT&G를 예로 들었다.

그는 "담배시장이 축소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KT&G는 성장했다"며 "800원 하던 담배 값을 2500원까지 올렸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가치투자자들은 완만하지만 꾸준히 오래 성장하는 것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표적인 가치주로 '동서'를 꼽았다.

동서의 실적을 보면 2001년 순이익 381억원에서 시작해 매년 꾸준히 성장해왔다. 지난해 동서의 순이익은 901억원에 달한다.

최 대표는 "성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순익 두세배 정도는 1년안에도 도달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꾸준히 꺾이지 않고 성장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대주주 지분율이 70%에 달하는 동서나 일부 가치주의 경우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는 "사고 싶어도 거래량이 없어 사지 못한다고 변명을 하는 투자자도 있지만 몇 천억원씩 가지고 있는 기관이 아닌 개인투자자로서 거래량은 큰 문제가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평소 거래량이 적은 주식이어도 주가가 상승할 때에는 자연스럽게 거래량이 터져나오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싼 주식을 사지 않을까.

최 대표는 "많은 사람들은 빠지는 주식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며 "'떨어지는 데는 나쁜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눈치를 본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주가 하락은 가치투자자에게 좋은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사스(sars)로 인해 여행주가 폭락을 했을 때를 예로 들며, 그 시기에 하나투어를 샀다면 사스 파동이 잠잠해진 후 상승 과실을 먹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부 악재로 인해 주가가 하락할수록 후에 상승할 수 있는 폭은 크다는 것이다.

가치투자에 있어서는 '시간'도 중요한 요소다. 여유자금을 가지고 장기투자를 해야 진정한 가치투자를 이룰 수 있다.

동서는 2003년 8월부터 일년 동안 8000∼9000원 사이에서 지루한 횡보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2004년 8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주가는 2만5000원까지 급등했다.

그는 "주가가 언제 터질지는 신만이 알 수 있다"며 "그러기에 투자자들이 과실을 누리기 위해서는 쌀 때 사서 시간을 두고 충분히 기다리면 된다"고 밝혔다.

또한 좋은 종목을 고르기 위해서는 이익 못지 않게 '자산'도 중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최 대표는 "수익가치가 안 좋더라도 자산가치가 압도할 정도로 매력적이라면 가치투자의 좋은 종목이 될 수 있다"며 "이익이 늘어날지 안 늘어날지는 내다보기 쉽지 않지만 자산은 대차대조표만 보면 한눈에 알 수 있고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가치투자에 대해 이해하기는 쉬워도 실천하기는 어렵다.

최 대표는 가치투자를 '다이어트'에 비교했다.

그는 "덜 먹고 운동을 하면 살이 빠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가치투자도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유혹을 뿌리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가치주를 고르기 위해 △배당을 꾸준히 실시하고 시가배당률이 높은 종목 △대주주가 꾸준히 매입하는 종목을 눈여겨볼 것을 조언했다.

또 주식 매도는 △자신이 설정한 목표가에 도달했을 때 △투자 아이디어가 틀렸을 때 △더 매력적인 종목을 발견했을 때에 할 것을 권했다.

최 대표는 "단기수익률을 노리기보다는 10년, 20년, 30년의 장기 적 관점에서 '대박'을 터뜨리겠다고 결심한 투자자라면 가치투자를 통해 충분한 결실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