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판매수수료가 기존펀드의 3분의 1로 대폭 인하된 상품이 대거 등장하는 등 투자비용이 낮은 펀드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지난 7월 펀드 판매수수료를 인하할 수 있도록 '수수료 차등화제도'를 도입한 이후 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판매수수료를 대폭 낮춘 펀드를 20개가량 준비했다. 수수료는 최종 결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주식형펀드 평균 수수료(1%)의 3분의 1 수준인 0.3~0.4%가 유력하다. 키움은 수수료 인하펀드를 40~50개까지 확보해 내달부터 본격 판매에 나설 방침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좋은 펀드를 싼 수수료를 받고 판매한다는 기본 원칙을 세웠다"며 "연간 징수하는 판매보수가 있기 때문에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이 준비 중인 수수료 인하펀드의 40%가량이 기존 펀드인 점도 주목된다. 금융당국이 새 펀드의 경우 수수료를 제한할 수 있지만 판매 중인 펀드는 강제 인하할 수 없어 고민 중인 상황에서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나타난 인하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기존 펀드의 수수료 인하를 위해 키움증권은 최근 유리 동부 등 일부 자산운용사들과 잇단 접촉을 갖고 약관 변경을 협의했다.



금융감독원의 '펀드 판매수수료 차등화' 제도 도입에 따라 7월 이후 출시된 펀드는 약관상 판매수수료의 최고 한도만을 정해 '일정% 이내'로 명시하면 판매사들이 자율적으로 수수료를 정할 수 있지만 그 이전에 출시된 펀드의 경우 수수료 인하를 위해서는 운용사들이 약관을 변경해야 한다.

이에 따라 '동부더클래식고배당' '동부더클래식금융섹터' '월드InBest' 펀드 등은 최근 약관 변경 사실을 금감원에 공시했다. 또한 키움증권은 운용 성과가 검증된 기존 펀드의 약관 변경을 위해 타 운용사들과도 접촉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하나대투증권 현대증권 교보증권 등은 일부 펀드에 대해 수수료를 받지 않고 판매하고 있다. 판매 기한을 정해둔 이벤트성 행사이긴 하지만 인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수수료 인하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대형 판매사들이 기존 펀드의 판매수수료를 '일정% 이내'로 약관 변경하는 것을 원치 않아 운용사들이 눈치만 보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약관 변경이 운용사의 권한이긴 하지만 관행상 펀드 판매의 성패를 좌우하는 판매사와 사전 협의를 거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 업계를 선도하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 판매사들이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물론 운용사들의 약관 변경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적립식펀드의 경우 가만히 있어도 매월 차곡차곡 판매수수료 수입을 챙길 수 있는 마당에 굳이 나서서 변경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키움증권이 수수료 인하 확산에 나서고 있지만 은행이나 증권 등 다른 판매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감독당국이 7월 이후 출시되는 신규 펀드에만 의무 적용한 것은 판매사와 운용사 간 권력구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수수료 차등화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순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존 펀드에 대해 의무적인 약관 변경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