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후 지속되고 있는 원화 강세가 외국인 주식 매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 · 달러 환율이 한 달여 만에 80원 가까이 내려앉으면서 '환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의 상승 탄력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환율이 추가 하락할 여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당분간 외국인의 이 같은 '수익률 굳히기' 전략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6일 "올 3월 이후 원 · 달러 환율 하락분을 감안하면 외국인은 실질적으로 6개월여 만에 50%가 넘는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최근 경기지표가 둔화되고 기업실적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서둘러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7월 '2차 랠리'가 시작되면서 뒤늦게 주식 매수에 나섰던 외국인이 지난달 원 · 달러 환율 하락으로 단기간에 높은 환차익을 누릴 수 있게 되면서 보유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9월 달러화 기준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11.7%에 달해 원화 기준 상승률(5.1%)을 2배 이상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 · 달러 환율이 1200원 아래로 떨어진 이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한국 주식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권기중 ABN암로 이사는 "환율 하락이 예상되면 외국인은 보통 환차익을 노리고 매수에 나서지만 현재 수준에서는 환율이 더 떨어져봐야 1150원 정도"라며 "통상 4분기는 주가 흐름이 부진한 데다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환차익도 크지 않다는 점에서 당분간 외국인 매수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밝혔다.

황 연구원은 "1100원대 환율이 기업이익을 크게 훼손시키는 정도는 아니지만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대응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환율 효과가 사라진 이후 주요 변수로 부각될 글로벌 수요가 아직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권 이사는 "호주가 금리를 전격적으로 인상함에 따라 향후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지속적으로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