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제값을 인정받지 못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 '프리미엄'시대를 맞고 있다. 금융위기를 벗어나나 과정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간판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오히려 강해졌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21일 FTSE(파이낸셜타임스 스톡 익스체인지)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는 것도'코리아 프리미엄'에 한 몫을 하고있다. 실제 외국인들은 지난 한 주에만 3조7000억원에 가까운 주식을 사들였다.

20일 글로벌 시장조사 회사인 팩트셋에 따르면 증시의 내재가치에 대한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의 경우 한국은 최근 들어 펀더멘털에 비해 푸대접을 받아온 단계를 벗어나고 있다. 팩트셋은 한국 증시의 PBR가 1.54배로 지난 1999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PBR는 현재 주가가 자산가치에 비해 얼마나 비싼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평가가 좋다는 것을 뜻한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PBR가 과거에 뚫지 못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은 그만큼 외국인 등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의 매력을 높게 평가해 비싼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51% 올랐지만 외국인들이 과거처럼 과열로 받아들이지 않고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한 단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증시의 재평가는 국내 기업들의 체질 개선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만 해도 과거 높을 때는 7%,낮을 때는 -10%로 크게 요동쳤지만 수익성이 안정되면서 지난해에는 금융위기 속에서도 3% 수준을 유지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향후 예상이익을 토대로 산출하는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시장조사 회사인 IBES에 따르면 한국의 향후 12개월 EPS 증가율 전망치는 35.9%로 신흥시장 평균(20.1%)과 신흥 · 아시아 평균(28.8%)을 크게 웃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지금까지는 IT(정보기술)와 자동차 정도만 실적 개선이 뚜렷했지만 앞으로는 은행 건설 철강 등도 실적 전망치가 올라갈 것"이라며 "이는 한국 증시가 프리미엄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라고 강조했다.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EPS가 빠르게 올라가기 때문에 주가를 EPS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 지표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